인천 女초등생 살해자도 심취… 잔혹 모방범죄 잇따를 우려
인천 여아 살해 사건의 피의자들이 서로 알게 된 온라인 커뮤니티가 평범한 대화방이 아니라 ‘역할 놀이’ 공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들이 잔혹극이나 강력 사건의 주인공이 돼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잔인한 범행과 커뮤니티 활동의 연관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경찰과 검찰 등에 따르면 김모 양(17·구속 기소)과 공범 박모 양(19·구속 기소)은 올 2월경 한 ‘캐릭터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됐다. 캐릭터 커뮤니티란 사용자들이 구상한 캐릭터(일명 자캐·자작 캐릭터)를 중심으로 특정 가상세계에서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일종의 놀이 문화다. 주로 트위터를 통해 만나 폐쇄적인 온라인 공간에 모여 대화하듯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사용자는 10, 20대가 많고 소재는 학교생활, 공상과학, 연애 등으로 다양하다.
김 양이 심취한 것으로 알려진 건 캐릭터 커뮤니티 내에서도 ‘시리어스 커뮤니티’로 구분되는 분야다. 말 그대로 심각한 주제를 다루는 곳이다. 강력 사건, 잔혹극, 전쟁 같은 주제다. 일부 참가자도 “무섭다”는 후기를 남길 정도로 표현 수위가 높다.
범행 직전 김 양은 박 양에게 마치 역할 놀이를 시작하는 듯한 메시지를 보냈고 박 양도 답장을 했다. 검찰은 계획범죄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김 양 측은 ‘심신미약’을, 박 양 측은 “역할 놀이였을 뿐 실제 사건을 저지른 건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캐릭터 커뮤니티 활동을 하던 이들이 놀이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캐릭터의 세상과 현실의 사회적 규범 차를 인식하는 비판 능력이 부족해 일어난 것”이라며 “온라인상의 이런 글을 제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권기범 kaki@donga.com·위은지·이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