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중 변호사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은 구속 사유를 ‘증거인멸 또는 도망’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범죄의 중대성’ 등은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 고려할 사항에 불과하다. 만일 독일처럼 범죄의 중대성을 구속 사유로 인정한다면 부정입학 혐의를 받았던 정유라는 구속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나라 영장재판은 불복할 수 없다. 그러나 모든 재판은 불복할 수 있음이 원칙이다. 대법원은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수 있으므로 굳이 영장기각에 대한 불복 방법을 허용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영장재판에 대한 불복 절차가 허용된다면 그 과정에서 영장기각의 합리적이고 보편타당한 기준이 확립될 것이다.
우리나라 영장기각률은 전국 평균 20% 안팎에서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남용하고 있거나 혹은 법원이 구속 기준에 상관없이 일정 수준의 영장기각률을 의도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참고로 선진 법치국가인 독일의 영장기각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법원은 관료화되어 있다. 법관은 검사와 달리 상사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는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치국가의 기본원리이다. 최근 대법원이 법관들의 학술행사를 축소하도록 개입한 일로 대법원장이 공개사과까지 하였다. 대법원장을 비롯한 고위 법관들은 후배 법관을 마치 자신들의 부하쯤으로 여기는 관료주의적 사고에서 탈피해야 할 것이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에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검찰개혁 못지않게 법원개혁도 원하고 있다. 사법개혁은 검찰개혁과 법원개혁을 포함하여 우리나라 사법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이 되어야 한다.
김하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