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화 서비스 경쟁적 출시 농협, 퇴직연금 운용 ‘로보-프로’ 이어 신한 ‘엠폴리오’ 우리 ‘로보-알파’ 선봬 국민-기업도 출시 시기 조율중 증권사에 몰린 고액자산가 유치 기대… 자산관리서비스 대중화도 앞당길듯 비대면 가입 허용, 수수료도 내려야
시중은행들이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서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자산관리(WM) 서비스가 일반 고객 곁으로 한층 더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동시에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서 선두 주자인 증권사 등 금융투자회사들과 맞부딪치는 일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은행권에 등장하는 로보어드바이저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말부터 올 4월까지 진행한 제1차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결과 42개 알고리즘 중 28개가 심의를 통과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알고리즘이 사람을 대신해 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적절한 곳에 투자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당국의 심의를 통과했다는 건 이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각 은행이 내놓은 서비스도 다양하다. 지난해 11월 첫선을 보인 신한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엠폴리오’는 공인인증서나 신한은행 계좌가 없어도 서비스를 체험해볼 수 있는 편리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몇 가지 질문에 관한 답을 입력하면 이를 바탕으로 고객의 성향을 파악해 적절한 투자처 등을 제안해 주는 방식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모바일을 통한 펀드상품 가입 고객의 50%가 엠폴리오에서 유입될 정도로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체험 서비스를 시작한 농협은행의 ‘NH로보-프로’는 퇴직연금 운용에 특화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다. 은퇴 시점까지 자산을 어떤 방식으로 운용할지에 초점을 맞추고 필요한 자금과 자산 부족 시기 등을 산출해준다.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도 로보어드바이저의 정식 서비스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 비대면 가입 불허, 높은 수수료가 걸림돌
은행권은 로보어드바이저가 WM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사 등에 몰려 있는 고액 자산가를 끌어오는 한편 비싼 수수료 때문에 WM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일반 고객층까지 유치하겠다는 계산이다. 정보기술(IT) 기기를 다루는 데 익숙한 젊은 고객을 확보하는 데에도 장점이 될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5월 한 달 동안에만 2만8000명이 엠폴리오 서비스에 신규로 가입하는 등 2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서 은행과 증권사의 정면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
로봇(robot)과 상담자를 뜻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 인공지능(AI)이 사람을 대신해 각종 금융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한 후 자산관리와 투자 포트폴리오 등을 제안하는 서비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