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1, 2/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전미연 옮김/336쪽(1권), 328쪽(2권)·각 1만3800원·열린책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980년대 한 과학저널에 자각몽(自覺夢) 관련 르포 기사를 쓸 때부터 잠의 세계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잠과 무의식의 세계를 다룬 영화 ‘인셉션’이나 ‘매트릭스’ 등의 영향도 물론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책들 제공
베르베르는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작년부터 밤에 자다 깨는 일이 잦아졌다. 괴롭고 불편하다기보다는 왜 자다 깨게 되는지 호기심이 일어서 이번 책을 썼다”고 말했다.
“수면제는 전혀 먹지 않았다. 요즘은 밤에 깨면 화장실이나 다른 방에 가서 책을 읽는다. 그러면서 다시 잠이 오길 기다린다. 이번 책을 탈고하고 나서 밤에 자다 깨는 일이 많이 줄었다. 독자들도 내 이야기를 통해 보다 행복한 수면을 취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주인공 자크 클라인이 무의식을 자각하는 과정에서 실마리로 작용하는 ‘클라인의 병’. 사진 출처 youtube.com
“테니스 경기에 비유하자면 나는 늘 서브를 받는 쪽이 아닌 넣는 쪽에 있으려 한다. 반응해야 하는 위치에 있을 때 사람은 약해진다. 변화를 선택하는 사람이어야 상황에 대한 결정권을 가질 수 있다. 인생은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항상 액션과 리액션을 반복하는 과정이지만, 반응만 하다 보면 결국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게 되고 만다.”
소설 첫 장(章)에서 작가는 “하얗게 밤을 새우는 동안 미쳐버리지 않기 위해 창작에 매달린 소수의 몇 사람”으로 고흐, 뉴턴, 셰익스피어를 언급했다. “당신도 그런 경우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니. 내겐 불면증보다 잠이 창작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나는 잠과 꿈을 통해 창의력을 키우고 유지한다. 꿈은 내 모든 영감의 원천이다. 꿈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대부분 글에 쓴다. 가끔은 한 챕터 전체를 꿈에서 얻어 그대로 옮겨 쓰기도 한다. 쓰다가 막히면 누워서 뇌한테 ‘내 문제 좀 해결해줘’ 부탁하고 잠들길 기다린다. 꿈속에서 만날 여러 아이디어를 기대하며.”
베르베르는 소설에서 자크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건네는 말을 통해 “풍성한 꿈의 연료”로 드보르자크의 음악, 루이스 캐럴의 소설 등을 독자에게 추천한다. “지나치게 인공적인 맛이 가미된 꿈을 꾸게 만든다”고 꼬집은 TV에 대해 그는 “전혀 안 본다. 드라마와 영화만 골라 본다”고 했다.
국내에 소개될 그의 다음 작품은 지난해 9월 프랑스어로 출간한 ‘고양이(Demain les chats)’다. 베르베르는 “고양이는 세상에서 가장 잘 자는 동물 중 하나다. 인간은 생의 3분의 1을, 고양이는 절반을 잠으로 보낸다. 인간보다 잠의 세계를 더 잘 아는 동물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