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나는 선발 체질” 세인트루이스전 6이닝 1실점 쾌투… 시즌 두번째 QS에 구속도 빨라져 타선 지원 없어 승리는 못 챙겨 오승환 ‘역시 끝판왕’ 9회초 2-1 앞선 상황서 나와… 1안타 2K 막고 시즌 12세이브
역시 선발 체질이었다. LA 다저스의 류현진(30)이 동료 투수 앨릭스 우드의 부상(흉쇄 관절)으로 얻은 선발 등판 기회에서 올 시즌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류현진은 1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와의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승패 없이 6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으로 1실점하는 호투를 펼쳤다. 이번 시즌 두 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도 4.28에서 3.91로 떨어뜨렸다. 지난달 26일 빅리그 데뷔 후 첫 구원 등판에서 4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기록했던 류현진은 두 경기 연속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승리는 수확하지 못했지만 경기력만큼은 올 시즌 중 가장 좋았다. 어깨 수술 후 변화구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는 류현진은 이날도 총 77개 투구 중 약 74%인 57개를 변화구로 구사하며 상대 타선을 공략했다. 류현진의 취약점으로 꼽혀온 빠른 공 평균구속도 시속 90.9마일(146.3km)로 올 시즌 가장 빨랐다. 투구 수만 놓고 보면 한두 이닝은 더 소화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류현진은 1-1로 균형을 이루던 7회초 2사 2루에서 타석에 나서려다 대타 오스틴 반스와 교체됐다.
이날 45번째 생일을 맞은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의 고민은 깊어지게 됐다. 당분간 롱 릴리프로 활용할 계획이었던 류현진이 제한된 기회 속에서도 꾸준히 상승세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선발 요원인 마에다 겐타(29)는 지난달 31일 경기에서 4이닝 만에 3실점으로 강판되는 등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로버츠 감독은 “우드의 몸 상태를 봐야 한다”고 단서를 달면서도 “류현진에게 계속 기회를 주고 싶다”며 추가 선발 등판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 오승환(35)은 9회초 2-1로 앞선 상황에서 등판해 1이닝 동안 1피안타 2탈삼진으로 승리를 지켜 시즌 12번째 세이브를 수확했다. 2013년 빅리그에 데뷔한 류현진과 지난해 진출한 오승환은 이날 처음 한 경기에 등판해 나란히 호투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역대 열 번째 한국인 투수의 한 경기 등판이었다. 2007년 5월 19일 플로리다(현 마이애미) 김병현, 탬파베이 류제국 이후 10년 만이다. 팀 승패는 엇갈렸지만 내용만큼은 류현진, 오승환 모두 웃을 수 있는 경기였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