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열흘만에 한밤 사망사고
30일 서울시와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29일 오후 11시 50분경 카자흐스탄 출신 남성 P 씨(31)가 서울로 7017에서 15m 아래 차도로 추락했다. P 씨는 서울백병원으로 이송됐으나 30일 오전 7시 50분경 숨졌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경찰은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P 씨의 다이어리에는 ‘카지노에서 2000달러가량을 잃었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P 씨는 서울로 7017에 설치된 투명 안전벽을 넘어 투신했다. 안전벽은 보행로 양쪽으로 설치돼 있다. 높이는 1.4m로 초등 3, 4학년생 키와 비슷하다. 법에서 정한 안전펜스 기준(1.2m)보다 높지만 어른이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넘을 수 있다. P 씨가 추락한 난간 바로 아래는 충정로역 방면 4차로가 있다. 사고 시간이 한밤중이라 차량 통행이 많지 않았다. 만약 낮 시간대였으면 2차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열차가 지나는 서울역 철로 위쪽의 보행로에는 안전벽 위로 약 1.5m의 철망이 추가로 설치돼 있다.
광고 로드중
서울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동안 반대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수차례 안전성을 강조했음에도 사고를 막지 못한 탓이다. 서울시는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야간 경비 인력을 두 배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5명이다. 1명이 240m가량을 맡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비 인력을 늘려 투신 시도를 신속히 감지하고 인근 경찰이나 소방당국에 빠르게 연락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로 7017의 특성을 감안할 때 지금보다 강화된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신뿐 아니라 방문객이 유리병이나 캔을 난간 밖으로 던지거나 사물이 떨어지면 길 아래를 지나는 자동차나 사람에게 떨어져 대형 참사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무런 제한 없이 불특정 다수가 통행하기 때문에 이 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낙하 방지 펜스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지연 lima@donga.com·황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