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좋았다’는 제목의 책이 다음 달 초 나온다.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2010∼2012년)가 쓴 책이다. 올 2월 같은 타이틀의 온라인 칼럼을 발표해 논란을 빚고, 이에 앞서 “위안부를 강제 연행한 증거는 없다”고 망언한 당사자다. 책의 내용 역시 가관이다. 저주의 예언도 아니고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을 ‘최악의 대통령’ ‘친북반일’ ‘포퓰리스트’로 낙인찍었다. 탄핵이나 정권교체와 관련해 “이성보다 감정으로 움직이는 (한국인의) 나쁜 면이 나왔다”고 썼다.
▷그동안 무토 전 대사는 1975년 초보 외교관으로 부임한 뒤 5차례나 한국에서 근무한 지한파 외교관으로 ‘잘못’ 알려졌다는 점에서 배신감이 더 크다. 2011년 그는 대사관 홈페이지에 “한국은 일본의 진정한 친구”라는 글을 올렸다. 동일본대지진 참사 때 ‘마치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가 피해를 입은 듯’ ‘자발적으로 일본을 돕기 위한 지원활동을 펼치는’ 한국 국민의 온정에 매우 감격했다면서. 2012년 국내 대학 석좌교수로 초빙됐을 때는 “일본에 한국을 알리고 한국에도 일본을 제대로 알리는 한일 교류의 가교 역할”을 들먹였다. 그가 생각하는 ‘가교의 역할’이 이런 것인지 묻고 싶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