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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경영의 지혜]노련한 리더는 ‘집단사고의 오류’에 빠지지 않는다

입력 | 2017-05-25 03:00:00


기업이든 정부든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하는 조직의 리더는 아무리 본인의 경험과 판단력이 출중하더라도 주변 참모들이 제공하는 정보와 조언에 어느 정도 의존할 수밖에 없다. 시간에 쫓기고 늘 여러 업무에 둘러싸여 다양한 결정을 내려야 하기에 스스로 정보수집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리더의 경험 정도다. 리더 스스로가 경험이 풍부하고 노련하다면, 자신에게 제공되는 정보와 조언의 질을 높여 ‘집단사고(group thinking·집단의 응집력과 획일성을 강조한 나머지 반대 의견을 억압해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고방식)’의 오류에 빠지지 않는 현명한 의사결정으로 이끌 수 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정치학과 엘리자베스 선더스 교수는 리더의 경험이 집단적 의사결정에 미치는 효과를 보다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최근 미국 외교정책사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사례인 1991년 걸프전쟁과 2003년 이라크전쟁의 복잡한 의사결정과정을 비교 분석했다. 걸프전의 경우 주중 특사, 유엔 대사,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외교적 경험이 풍부했던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 발생한 반면, 이라크전은 외교정책 분야의 경험이 전무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일어났다.

분석 결과, 경험 많은 리더인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참모를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감독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함으로써 보고받는 정보의 질을 높일 수 있었다. 반면 경험이 부족했던 아들 부시 대통령은 참모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컸고 ‘권한 위임’을 많이 하다 보니 통제가 제대로 안 돼 질 낮은 정보를 보고받는 문제가 있었다. 심지어 실제 위험도나 불확실성을 꼼꼼히 따지며 의사결정을 하기보다는 ‘확실해 보이는’ 정책만을 선호하다 보니 다양한 의견이 집단 내에서 도출될 수 있는 가능성을 줄였다. 두 전쟁에 참여했던 참모진은 거의 비슷했지만 리더의 경험 유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 셈이다.

이 연구는 아무리 참모들이 훌륭해도 노련하고 현명한 리더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경험이 부족한 리더들은 확실한 선택지만을 선호하는 경향을 버려야만 경험이 많은 참모진을 제대로 통제하고 활용할 수 있다.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사 fhi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