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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었노라, 즐겼노라, 신났노라!… 조별리그 첫판 기니 3-0 누른 한국

입력 | 2017-05-22 03:00:00

신태용 감독 슬로건 ‘신나라 코리아’… 자유발랄한 개성 통제하지 않되 경기장에서는 실력 보이라 강조… 23일 아르헨 맞아 첫 2연승 도전




한국의 백승호(아래 오른쪽)가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기니와의 경기에서 후반 36분 3-0을 만드는 쐐기골을 넣은 뒤 이승우(위)와 조영욱의 축하를 받으며 유니폼의 태극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백승호는 “‘(세계 축구 팬을 향해) 여기는 대한민국이다’고 알리는 것”이라고 태극기 세리머니의 의미를 설명했다. 전주=김진환 스포츠동아 기자 kwangshin00@donga.com

‘신나라 코리아’ 신태용호가 신나게 출발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20일 전주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첫 경기 기니전에서 2골 1도움을 합작한 ‘바르셀로나 듀오’ 이승우(1골, 1도움)와 백승호(1골)의 활약을 앞세워 3-0으로 완승했다.

3만7500명이 자리를 메운 관중석에서는 파도타기 응원이 벌어지는 등 ‘4강 신화’를 썼던 2002년 한일 월드컵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대표팀은 ‘신나는 한국’으로 가는 첫 단추를 잘 끼웠다. 대표팀은 2002년 월드컵 때처럼 신나는 한국을 만들겠다는 의미에서 팀 슬로건을 ‘신나라 코리아’로 정했다.

신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2002년 6월 당시의 뜨거운 감정을 잘 모른다”며 “이 아이들을 잘 가르쳐 2017년 6월판 감동의 주인공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1997∼1999년생 21명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2002년 당시 3∼5세로 한일 월드컵 감동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하지만 한국 축구가 세계 빅4에 드는 성과를 낸 이후 축구를 시작해 유럽과 남미 등 축구 강국에 대한 두려움이 덜하고 경기를 즐기면서 할 줄 아는 세대다.

백승호는 “동료들끼리 ‘모든 순간을 즐기면서 대회를 치르자’고 했다”고 말했다. 주장 이상민도 “홈에서 열리는 대회라 부담이 되지만 즐기면서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개성이 강한 이승우는 대회 개막 전까지 헤어밴드로 숨겨 왔던 머리 모양을 기니전 때 공개하며 자기표현을 즐겼다.

기니전 선제골의 주인공 이승우는 오른쪽 옆머리에는 승리의 상징 V를, 왼쪽 옆머리엔 SW를 새겼다. SW는 자신의 이름 이니셜이자 ‘6경기(Six) 연속 승리(Win)로 수원(Suwon)에 가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6연승은 조별리그 3연승에다 16강, 8강, 4강전 승리다. 결승전은 수원에서 열린다. 3-0을 만드는 쐐기 골을 터뜨린 백승호는 자리에서 모두 일어나라는 의미로 관중석을 향해 양팔을 들어올리는 여유까지 보였다.

대표팀은 라커룸에서도 기니전 승리를 마음껏 즐겼다. 신 감독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30분 동안 라커룸은 클럽을 방불케 했다고 한다. 대표팀에서 DJ로 불리는 골키퍼 송범근이 선곡한 힙합 음악에 맞춰 선수들은 괴성을 지르고 춤을 추면서 서로 껴안고 깨물기도 했다.

이 같은 선수들의 자유분방한 행동과 개성 표현은 신 감독의 지도 스타일과 관련이 있다.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개성을 과감하게 드러내라고 한다. 그런 것까지 간섭하는 지도자가 아니다. 개성을 표현해서 축구가 더 즐겁다면 말릴 이유가 없다. 그 대신 개성 표현을 즐기는 만큼 경기장 안에서 실력으로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함께 주문한다”고 했다. 신 감독이 평소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축구 스타일 3가지가 즐기는 축구, 신나는 축구, 그리고 ‘엣지’(날카로움) 있는 축구다.

대표팀은 23일 ‘신나라 코리아’로 가는 두 번째 관문인 아르헨티나를 상대한다. 아르헨티나는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6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역대 최다 우승국이다.

21일 훈련 때 가벼운 회복운동으로 몸을 푼 이승우는 “이제 한 경기를 이긴 것뿐이다. 아직 보여줄 게 많이 남았다”며 남은 경기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아르헨티나가 1차전에서 한 명이 퇴장당한 수적 열세 속에 잉글랜드에 0-3으로 졌지만 경기를 직접 본 신 감독은 “경기 내용은 아르헨티나가 더 좋았다”고 평가했다. 신 감독은 “아르헨티나는 개인 기술이 상당히 좋다. 기니전보다 더 많은 집중력을 갖고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경계했다.

한국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조별리그 사상 첫 1, 2차전 2연승에 도전한다. 20세 이하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국은 1, 2차전을 모두 이긴 적이 한 번도 없다.
 
전주=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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