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경제부총리로 발탁한 김동연 아주대 총장에 대해 “청계천 판잣집의 소년가장에서 출발해 기획재정부 차관,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해 누구보다 국민들의 어려움을 공감할 수 있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또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대통령정책실장에 임명하면서 “과거 재벌 대기업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경제민주화와 소득 주도 성장, 국민성장을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경제 사령탑에는 사회적 약자의 어려움을 아는 예산 분야 정통 경제 관료를, 신설된 정책실장 자리엔 재벌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시민운동가 겸 학자 출신을 발탁했다.
장 실장은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에서 기업지배구조개선과 소액주주 운동을 이끌며 재벌 개혁을 주도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함께 ‘삼성 저격수’로 불렸다. 2014년 펴낸 장 실장의 저서 ‘한국자본주의-경제민주화를 넘어’에서는 경제민주화뿐 아니라 사회양극화, 비정규직 근로자, 노동시장의 불합리성, 취약한 복지제도 문제까지 짚고 있지만 사고의 뿌리는 재벌 개혁이다. 경제수석과 사회수석, 일자리수석까지 총괄하는 정책실장 자리는 대통령 의중에 따라 경제부총리보다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기도 한다. 재벌 개혁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장하성 실장-김상조 공정위원장 조합에 재계에서 우려가 나오는 게 현실이다.
김동연 후보자는 ‘고졸 성공신화’의 주역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경제금융비서관과 국정과제비서관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에선 초대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해 행정 경험이 풍부하다. 김 후보자는 여러 정권을 거친 경제 관료다운 전문성을 살려 학계 출신 장하성-김상조의 재벌 개혁 드라이브가 거시적 관점에서 경제에 미칠 영향을 살피고, 필요할 때는 제동을 걸 수 있는 균형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