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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고가보행로 개장 첫날 15만명 다녀가… “햇빛 피할 데 없어 너무 불편해요”

입력 | 2017-05-22 03:00:00

대형화분 설치구간 통행 혼잡




서울의 새 명물 20일 서울 중구 보행전용로 ‘서울로 7017’을 찾은 시민들이 보행로를 걸으며 이색 풍경을 즐기고 있다. 서울로 7017은 옛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중보행로로 바꾼 것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뜨거워 다닐 수가 없네.”

옛 서울역 고가도로에 새롭게 문을 연 보행전용로인 ‘서울로 7017’에서는 날카로운 햇빛에 지친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퇴계로 회현역부터 만리재로 만리동광장까지 이어지는 서울로 7017은 17m 높이의 옛 서울역 고가를 보행전용도로로 바꾼 국내 최초 공중보행로(步行路)다. 서울시는 597억 원의 예산을 들여 2년 반 만에 길을 완성했다.

21일 오후 서울로 7017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보행로에 오르기 전 에스컬레이터에서부터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개장 둘째 날인 이날 서울로 7017에는 서울역 등 도심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시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놀이용 트램펄린 위에서 점프를 하거나 물이 담긴 대형 욕조에 앉아 있는 아이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645개 대형 화분에 있는 2만4085주의 꽃과 나무는 말 그대로 도심 속 공중정원이었다.


그러나 개장 전 서울시가 수차례 강조한 ‘걷는 즐거움’을 만끽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이날 서울의 낮 기온은 28도까지 올랐고 햇살도 따가웠다. 그러나 햇빛을 피할 그늘은 크게 부족했다. 대부분 시민은 양산을 펼치거나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길을 걸었다.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자 비닐 천으로 된 임시 천막이 설치됐다. 하지만 수용 인원은 고작 10명 남짓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서울로 7017을 찾은 김모 씨(42)는 “좀 앉아 쉬면서 주변 구경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싶은데 그늘을 찾을 수가 없다”며 “여유를 갖고 시간을 보낼 만한 장소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통행에도 지장이 많았다. 곳곳에 설치된 지름 1.7∼4.8m의 대형 화분은 시민들의 걸음을 방해했다. 사람들은 화분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 가기 바빴다. 휠체어를 타고 온 한 장애인은 “올라오는 건 큰 문제가 없었지만 사람이 많고 보행로가 좁아 통행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몇 년 지나고 좀 한가해지면 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개장 첫날인 20일 서울로 7017을 찾은 사람은 15만1000여 명(오후 10시 기준)으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5000명 이상이 한꺼번에 길에 오를 경우 시민 안전을 위해 이용 자제를 요청할 방침이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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