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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北체제 보장… 美 한번 믿어보라”

입력 | 2017-05-20 03:00:00

홍석현 특사와 면담서 밝혀… “핵 폐기땐 발전계기 만들수 있어”
“트럼프 평화 발언, 洪특사가 유도”




17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홍석현 미국 특사(왼쪽)와 안호영 주미 대사(오른쪽).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특검 착수 등 내부 상황이 혼란스러운 탓에 백악관은 하루가 지난 18일에야 주미 한국대사관에 사진을 전달했다. 백악관 제공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18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와 관련해 “북한이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서라도 미국을 신뢰했으면 좋겠다. 내 주변에도 북한에 투자하겠다는 사업가들이 있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홍석현 대미 특사와 40분간 면담한 자리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을 괴롭히겠다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문을 열고 북핵 프로그램 폐기를 통해 북한 발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홍 특사가 전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어 “북한에 대해 정권교체도 안 하고, 침략도 안 하고, 체제를 보장하겠다”며 기존 대북 방침을 재확인한 뒤 “북한이 (트랙 1.5 회담 등을 통해) 뒤에서 (미국의 의도를) 물어오지 말고 우리를 한번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특사단 관계자는 전했다.

틸러슨 장관이 ‘미국에 신뢰를 달라’고 한 대목에 대해 특사단 관계자는 “북한이 핵 개발과 미사일 시험 중지라는 행동을 보여주는 게 미국의 1단계 목표”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조건이나 기준을 (비핵화에서 핵동결 등으로) 낮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전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어 “선제타격, 군사 행동 옵션으로 가기까지는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며 “지금 가진 모든 (대북) 수단은 외교적·안보적·경제적 수단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고 말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특사단 접견에서 “어떤 조건이 되면 관여(대화를 통한 해결) 정책으로 평화를 만들 의향이 있다”고 한 대목은 실제보다 톤이 약간 과장돼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단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라는 말을 꺼낸 것은 홍 특사가 대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트럼프 발언을) 유도한 측면이 있다”며 “전체적인 톤은 대북 압박과 제재 속에서 관여로 간다는 것이지 갑자기 입장을 바꿔서 평화 모드로 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일각에선 특사단이 대북 기조를 놓고 한미 간 이견이 별로 없음을 강조하기 위해 트럼프 발언을 실제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