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의사 기자의 따뜻한 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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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환자 수가 2만 명 이하인 희귀질환엔 체내에서 특정 기능을 담당하는 세포나 영양소의 결핍으로 발생하는 병이 많습니다. 대부분 유전자의 오류로 생기므로 유전병이 많습니다. 이런 질환은 부족한 것을 보충하거나 축적된 것을 분해해주면 치료가 됩니다. 가령 리소좀 축적 질환 환자들을 위한 효소 대체제, 혈우병 환자들을 위한 응고인자 보충제가 대표적입니다.
흔히 ‘아제(∼ase)’들이 부족하면 몸에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깁니다. 여기서 아제란 이름 대부분이 영문 표기 ‘ase’로 끝나는 효소들을 말합니다. 효소는 우리 몸에서 화학 반응을 촉진시키는데 효소 부족은 소화 장애와 같은 일상적인 건강 문제부터 심각하게는 선천성 희귀질환의 원인이 됩니다.
결핍된 아제를 대체하는 만큼 효소 대체제의 이름에도 아제가 들어 있습니다. 효소대체제는 대부분 2주에 1번 정맥 주사로 투여합니다. 글리코겐를 촉진시키는 효소인 산성 알파(α)-글루코시다아제가 부족해 발생하는 폼페병 치료를 예로 들자면, 산성 알파(α)-글루코시다아제를 대체할 수 있는 알글루코시다제-알파(α)를 투여하는 식입니다. 이 외에도 △헌터증후군 치료제로 이두설파제 △파브리병엔 아갈시다제-베타(β), 아갈시다제-알파(α) △고셔병엔 이미글루세라제와 베리글루세라제-알파(α) 등이 도입돼 있습니다. 특히 고셔병 치료제로는 주사제보다 편의성이 개선된 먹는 약도 도입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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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폼페병환우회 김승완 회장은 “질환에 대한 인식이 저조해 몸에 이상을 느끼더라도 여러 병원을 거치고 나서야 진단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환우회 차원에서는 환자와 가족을 돕는 것뿐만 아니라 질환 자체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높여가는 것도 큰 숙제”라고 말했습니다. 또 선천성 질환으로 조기 진단이 가능한 만큼 신생아 선별 검사 항목에 리소좀 축적 질환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혈우병도 치료제 지원은 많이 좋아졌지만 병원이 선뜻 나서지 않아 치료 접근성은 매우 떨어지고 있습니다. 가령 혈우병 환자들이 가장 흔하게 겪는 합병증인 관절병증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국내에 세 곳밖에 없을 정도로 혈우병 치료를 꺼리는 병원이 많습니다.
사실 올해는 국내 희귀질환 관리 분야에 있어 의미 있는 해입니다. 환자와 가족, 학계 등의 노력으로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희귀질환관리법이 올해부터 시행 중입니다. 제도적 지원 강화와 함께 국제폼페협회의 한국폼페병환우회 공식 회원 단체 승인,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의 희귀질환 극복의 날(5월 23일) 행사 개최 등 환우회 및 지원 단체들의 노력도 결실을 거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실들이 이어져 보다 많은 국내 희귀질환 환자들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길 기원합니다.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