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 10주기 맞아 평전 출간한 ‘마지막 제자’ 정정호 중앙대 교수
‘피천득 평전’을 낸 정정호 중앙대 영문학과 명예교수는 “평전 출간을 계기로 독자들이 피천득 선생의 문학에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금아 피천득 선생(1910∼2007)의 마지막 제자인 정정호 중앙대 명예교수(68)가 선생의 10주기를 맞아 평전을 처음으로 펴냈다. 10일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사에서 만난 그는 “1968년 대학에 입학해 ‘영미시’ 수업에서 선생님을 처음 만난 뒤 40년 가까이 지켜봤다”며 “평생을 흐트러짐 없이 어린아이처럼 맑게 살다 가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돌아가신 지 10년이 돼서야 첫 평전이 나왔네요. 100세 가까운 삶을 살며 남긴 시와 수필이 각각 100편 정도로 다른 문인들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에요. 하지만 울림은 크죠. 어떤 형태로든 선생의 삶이 기록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제자들도 ‘내가 못한 일을 네가 해주었다’며 격려해 주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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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아(琴兒)’라는 선생의 호처럼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간직한 채 살고자 하셨습니다. 술도 냄새만 맡아도 ‘쓰러질 것 같다’ 하실 정도로 입에도 못 대고, 오로지 글만 쓰겠다며 그 흔한 문단이나 학회 활동조차도 안 하셨죠. 순수함을 잃기 쉬운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많은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전에서는 피천득 선생의 스승이었던 춘원 이광수와 도산 안창호에 대한 일화부터 도연명과 황진이, 셰익스피어 등 그가 영향을 받은 인물들도 소개한다. 또 그의 수필이 ‘지성인으로서 심오한 사상이 부족하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 반박하기도 한다.
정 교수는 “선생이 소박한 글만 썼다고 비판받지만 생전에 ‘가난하고 불쌍하고 탄압받는 자를 위해 글을 쓰지 않으면 쓸 필요가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며 “작품 표면의 서정성에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것일 뿐, 선생의 시와 수필 전반엔 그런 문제의식과 사상이 흐른다”고 강조했다.
“피천득 선생은 좌우로 분열된 한국 사회에서 모두가 사랑하는 글을 쓴, 몇 안 되는 아주 희귀한 분입니다. 평전을 통해 이렇게 깨끗한 언어를 말하고 아이처럼 순수하게 살다 간 문인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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