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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서명’은 일자리委 설치… 청춘들 “청년공약 실천 믿습니다”

입력 | 2017-05-11 03:00:00

[청년에게 일자리를/청년이라 죄송합니다]2부 ‘노오력’ 내비게이션




《 ‘문재인 대통령에게 ○○○를 바란다’라는 질문을 받은 대학생 이재욱 씨(21). 고민하다 “아, 이 말이 좋겠어요”라며 펜을 들고 보드에 한 글자씩 적어나갔다. ‘통찰력.’ 새 대통령이 청년들을 위해 내세운 정책이 겉핥기에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일자리로 힘들어하는 청년의 아픔에 귀 기울여 달라고도 했다. 10일 오전 10시 반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앞에서다. 》



대통령에게 바라는 청년 정책은…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대학가에 설치한 청년 보드에 한 여학생이 ‘등록금 반값’이라는 문구를 적고 있다. 이날 특별취재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라는 청년 정책은?’ ‘공공일자리 81만 개 창출에 대한 나의 생각은?’ 등의 물음을 청년들에게 던졌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날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첫 업무 지시도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동아일보 ‘청년이라 죄송합니다’ 특별취재팀은 문 대통령의 취임에 맞춰 대학가를 돌며 새로운 대통령에게 바라는 청년 정책과 일자리 정책, 문 대통령의 청년 공약에 대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날것 그대로 들어봤다.

○ 청년 정책 1순위는 ‘일자리’

취재팀은 이날 오전 신촌 대학가에 ‘화이트보드’를 설치했다. 학교로 향하는 대학생들이나 영어학원을 찾는 취업준비생들은 분주히 목적지를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드 위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라는 청년 정책은?’이란 질문을 본 청년들은 발길을 멈추고 다가왔다. 취재팀이 설명을 안 해도 펜을 잡고 거침없이 자신들의 생각을 적어 나갔다.


답변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일자리’였다. 4명 중 1명(26개 답변 중 7개)은 청년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일자리 확보’를 꼽았다. 구체적으로 ‘정규직 채용’ ‘easier job opportunity(보다 쉬운 고용 기회 마련)’ 등이 보드에 적혔다. 영어로 답을 적은 청년에게 이유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기사를 볼 대통령에게 각인되는 답변이었으면 했어요. 그저 그런 답변이 아니라 절실함을 담아 보려 했죠.” 청년의 절실함은 수치로 드러난다. 올 1분기(1∼3월) 대졸 이상 실업자는 54만3000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50만 명을 넘어섰다.

‘돈 걱정을 줄여 달라’ ‘반값 등록금’ ‘장학금 ↑’ 등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보드에 새겨졌다. 제때 취업을 못하는 청년의 문제는 그대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비용에 대한 부담은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우선해야 할 청년 일자리 정책’에 대한 질문에서도 뚜렷이 드러났다. 청년들은 새 대통령에게 ‘노동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해달라’고 최우선적으로 밝혔다. 3명 중 1명꼴로 강조한 바는 최저임금 인상.

○ 경제 부담 줄여 달라

청년들이 청년 일자리, 청렴함 등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을 적은 화이트보드를 들고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신촌 연세대 앞에 설치된 보드에 몰려든 청년 중 한 명이 펜을 들고 ‘최저임금을 인상해 달라’라고 쓰자 또 다른 청년은 그 문장 뒤에 곱하기를 뜻하는 ‘×2’ ‘×3’을 붙였다. 청년들은 해당 문장 뒤에 숫자를 지우며 숫자를 계속 높여갔다. ‘시급 1만 원’ 등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기도 했다.

반값 등록금이나 시급 인상은 청년들에게 당장의 생활 문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취업준비 비용 등 취준생 월평균 생활비는 49만8000원이다. 서울 대학가 원룸 평균 월세는 50만 원 수준이다. 대학생 박모 씨(26)는 “수백만 원인 등록금에 주거비 부담까지, 부담이 크다”며 “싼 방을 찾아 학교에서 1시간 거리에 집을 구할 정도”라고 말했다.

“(기업 내) 육아복지가 잘되게 해달라” “근로시간을 단축하자” “알바생 권리를 보장해달라” “인턴 직원의 권리 보장” 등이 보드에 쓰였다. 대학생 박모 씨(25)는 ‘중소기업 청년일자리의 퀄리티 높이기’라고 쓴 뒤 “새 정부에서는 청년이 갈 만한 기업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청년들이 새 대통령에게 당장의 취업이 아닌 ‘근로 환경을 개선해달라’고 말한 바탕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심한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문제가 담겨 있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지난해 월평균 임금은 대기업의 62.9%(323만 원)에 불과하다. 청년들이 대기업으로 몰리고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일자리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이유다.

○ 근로 환경 개선, 공약, 반이라도 꼭 실천하라

취재팀이 청년들에게 문 대통령의 주요 일자리 공약인 ‘공공 일자리 81만 개 창출’에 대해 묻자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응원합니다!’라며 공약을 반드시 지켜달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일부 청년은 ‘세금 돌려 막기’라거나 ‘재원은 어디서 얻으시나요?’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자리의 수도 중요하지만 일하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일자리였으면 합니다!’라고 쓴 청년도 있었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공약’에 대해 청년들 응답 32개 중 22개(68.75%)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내용이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간 청년 공약들이 포퓰리즘으로 흐르면서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수치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진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제도를 세밀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었으면 좋겠다’ 등 아르바이트 현장 속 현실적 문제부터 해결해달라는 청년도 많았다.

취재진이 보드를 치우고 떠나려 하자 한 대학생은 “새 대통령에게 말로 전하고 싶다”고 했다. “공약 반이라도 꼭 실천해 주세요.”

김윤종 zozo@donga.com·김동혁·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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