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한 KAIST 명예교수… 서양화 수업 가을학기 개설
과학과 공학기술만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KAIST에 서양화 수업을 개설하겠다고 나선 교수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김양한 KAIST 명예교수(사진). 그는 7일 ‘서양화를 통해 배우는 새로운 기계공학’이란 주제로 올 가을학기부터 KAIST에서 강의한다고 밝혔다.
이 수업은 기계공학과 학·석사 상호 인정 교과목으로 개설되며 수강 학생은 전공과목에 준하는 3학점을 받는다. 김 교수는 서양화와 기계공학의 접근방법이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했다. 주제를 선정하고, 작품을 만들기 위해 방법론을 구상하고,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이 공학 연구 체계와 매우 닮았다고 본 것이다.
김 교수는 평소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추구하는 연구를 자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8년에는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 소리를 과학적으로 해석해 화제가 됐으며, 2012년에는 원하는 공간 어디에나 가상의 스피커를 배치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3차원 가상 스피커’를 최초로 개발했다. 그는 이 공로로 2015년엔 미국음향학회(ASA)가 우수 음향학자에게 주는 ‘로싱상’을 비영어권 학자 중에서 최초로 수상했다.
이런 융·복합 교과목은 통상 2명 이상의 각기 다른 전공분야 교수가 공동으로 지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학교 측은 김 교수의 이런 역량을 보고 단독 수업으로 특강을 구성했다.
그는 최근 2년간 예술 속에 숨어 있는 공학기술을 재해석한 지식기부 강연활동을 30회 이상 펼치는 등 학생과 일반인으로부터 큰 인기도 얻고 있다. KAIST는 이번 특강에 대한 반응에 따라 기계공학과 이외 타 학과에서도 유사 과정 개설을 검토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창의적 인재의 중요성도 한층 커지고 있으며, 예술을 통한 융·복합 수업의 중요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 수업이 학생들의 창의력 배양을 위한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