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취재를 해보면 사실 정책은 뒷전이다. 대선 후보의 말실수나 네거티브 공방, 과거 언행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지 정책은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다. 경제성장률 공약을 한쪽에서 6%로 잡으면 다른 쪽에선 ‘그러면 우리는 7%’라는 식이다. 군대 복무기간을 경쟁적으로 낮추고 복지수당을 마구 올리는 것도 즉흥적인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노무현의 행정수도 승부수는 수치 싸움이 아니라 기존의 판을 뒤흔드는 것이었기에 먹혀들었다.
▷정상적인 대선이라면 선거 공약은 대통령 당선 후 2개월 남짓 가동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버릴 것은 버리고 재조정되지만 이번엔 인수위도 없는 조기 대선이다. 급조된 공약으로 내게 어떤 이득이 돌아올지를 따지다간, 자칫 사탕발림 경쟁에 속아 넘어갈지도 모른다. 차라리 토론 과정에서 드러난 말과 행동, 표정을 보고 신뢰가 가는 사람을 뽑는 게 속 편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공약을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는 게 한국 대선이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