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무용 의상 전문 디자이너 정윤민-유진 자매
《 공연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열리는 5월 덩달아 바빠지는 자매가 있다. 패션 디자이너 정윤민(39), 유진(37) 자매가 주인공이다. 26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자매의 아틀리에를 찾았다. 자매는 5∼7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리는 국립발레단의 ‘허난설헌’에 나오는 의상 80여 벌을 제작하느라 두 달 넘게 바쁜 나날을 보냈다.》
드레스 디자이너 정윤민(왼쪽), 유진 자매는 어릴 때부터 많은 공연을 보고 자라 왔다. 자연스레 음악가들에 대한 이해도를 키웠다. “큰돈 주고 사는 옷인 만큼 예민해서, 살이 쉽게 찌기도 하고 빠지기도 하는 음악가들이 평생 입을 수 있는 옷을 계속 만들고 싶어요.”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음악가들이 다녀갔어요. 색감, 패턴, 소재 등을 함께 의논하고 만들어요. 기술적인 부분이 제 강점이라면 언니는 트렌드를 잘 읽어요.”(유진)
자매가 패션 디자인의 길로 들어선 것은 자연스러웠다. 1990년대 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옷 사건’ 의혹에 연루된 패션 부티크 ‘라스포사’의 정일순 대표(74)가 자매의 어머니다. 아버지는 패션 브랜드 ‘클라라 윤’을 운영하며 패션협회 부회장을 지낸 정환상 씨(2014년 작고)다.
언니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고 동생은 미술을 공부했다. 부모님의 일로 두 차례나 옷 때문에 아픔을 겪은지라 의상 쪽으로 일을 하거나 옷을 쳐다보고 싶지도 않을 듯했지만, 자매는 고개를 저었다.
“옷 때문에 아팠다면 옷으로 일어서 보고 싶었어요. 물론 애증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엄마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동생도 저도 어릴 때부터 의상실에서 자라서 옷 만드는 것이 익숙하기도 하죠.”(윤민)
“드레스 의뢰를 받으면 공연 레퍼토리를 들어봐요. 이전 영상이나 사진도 찾아보면서 음악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발은 어디에 주로 두는지, 헤어스타일은 어떤지, 표정은 어떻게 짓는지, 어떻게 호흡하는지 등을 꼼꼼하게 공부해서 만들어요.”(윤민)
“저도 무대에 서봤기 때문에 음악가들을 이해해요. 예술가들은 최고의 음악, 최고의 공연을 위해 노력해온 사람들이에요. 저는 최고의 드레스를 만들어 그들의 음악과 공연을 받쳐주는 역할이죠. 부모님은 저희들이 인생의 주인공이 되길 바라셨겠지만, 저희는 그 역할에 자부심을 느껴요.”(윤민)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