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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의 트렌드 읽기]외국인 한국인? 로봇 한국인?

입력 | 2017-04-28 03:00:00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과거와 달리 이제는 개인의 선택을 정책 몇 가지로 국가가 바꿀 수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출산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은 과거 10년간 130조 원, 앞으로 5년간 108조 원이 쏟아부어지는 저출산 대책에 의구심을 표하며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다. 저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삶의 질을 높여 출산을 늘리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지난 100여 년간 저출산 문제에 대응해온 유럽 국가들의 결과를 보면 과연 이런 정책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복지 정책으로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해도,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 자체가 너무나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결과는 저출산 문제를 극복한 나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의 인구 구조는 전형적인 가분수 형태다. 2017년 현재 나이 58세(1959년생)인 사람이 90만5000명인데 2016년 신생아 수는 40만6000명이다. 현재의 결혼 적령기인 만 25∼39세 인구는 1036만 명 정도인데, 만 9∼24세 인구는 1000만 명 이하로 924만9000명(전체 인구의 18%)이다. 계속해서 예비 부모의 수가 줄어드는 추세이며 이것은 이미 확정된 미래를 예고한다. 더구나 청소년들의 절반 이상(51.4%)이 결혼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출산율을 2배 이상 늘려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복지정책은 한계가 뚜렷하다.

저출산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사회 문화적 활력의 약화, 시장 축소 같은 국가적 숙제를 가진다. 따라서 새로운 대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외국인 시민, 그리고 로봇이다.

먼저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인구 감소의 완화, 혹은 부분적 역전에 성공하게 만든 거의 유일한 대책은 외국인 시민 증가다. 영국(13.0%), 독일(12.5%), 프랑스(11.9%)의 수치들을 보면 외국인 시민이 인구의 10%를 넘는다. 반면 한국은 외국인 거주자가 인구의 3.4%(171만1013명·2015년 11월 통계청)이고 한국 국적의 외국인 시민은 불과 0.3%(14만9751명) 수준이다. 정책의 시행 여지가 있는 것이다. 한편 인구 감소 추세를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막을 수 없다는 인식에 동의하면, 4차 산업혁명의 각종 신기술을 통해 생산성 향상으로 극복하는 방법도 강력한 현실적 대책이다. 일본의 경우 2060년까지 인구 1억 명 사수(현재 1억2600만 명)에 총력을 기울이면서도 줄어드는 노동력을 로봇으로 대체하겠다는 정책을 동시에 쓰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대책은 다시 개인적 가치를 시험대에 올릴 것이다. 외국인 시민의 증가는 인종, 종교 갈등 같은 사회적 문제를 만들어낸다. 이미 선진국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로봇 대책은 불확실성 속에서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게다가 성공하더라도 젊은층의 감소로 사회적 활력이 떨어지는 사회가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두 대책 모두 공동체의 유지와 번영을 위한 선택이 가져오는 개인적 부담과 인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결혼과 아이에 대한 개인의 선택이 국가적 숙제들을 만든 것이 저출산 인구 감소 추세다. 어떤 정부도 단기간에 이 추세를 쉽게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인구 감소의 문제가 가진 심각성을 이해하고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시민 참여를 통해 내 가치와 상반될 수도 있는 사회적 합의를 해 나가는 것이 유일한 대안인 것이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