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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진정한 행복은 내 안에서 발견하는 것”

입력 | 2017-04-28 03:00:00

통도사 주지 영배 스님 인터뷰
남을 통해서 나를 쳐다보면 불행하고 분노에 가득 차게 돼
대통령은 권력 행사가 아닌 대중의 고통을 짊어지는 사람



동국대 이사장과 불교신문 사장을 지낸 영배 스님은 통도사 주지로 취임한지 2주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총무원에서 여러가지 종단내 소임을 맡아봤지만 통도사에서의 생활이 가장 좋다”며 “늘 보는 산이고, 물이고, 하늘이지만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깨닫게 한다”고 말했다. 양산=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국지대찰 불지종가(國之大刹 佛之宗家)’.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에 있는 통도사의 산문을 통과해서 들어가는 2.5km 길은 시원하게 뻗어 있었다. 아름드리 천년송은 얽히고설켜 있지만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를 바람에 흘려보냈다. 약 1400년 전 자장율사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불보(佛寶) 사찰로 한국불교의 종가라고 불릴 만했다.

그런데 소나무 숲 사이에 웬 하얀 학들이 날아다니는 것이 아닌가. 숲 속에 숨어 있는가 하면, 가지에 앉아 있고, 떼 지어 날아가기도 했다. 자세히 보니 학 모양으로 된 장엄등이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절 입구에 울긋불긋한 연등을 다는 모습은 많이 봤지만, 솔숲 사이로 날아다니는 학 모양의 등은 처음이라 무척 신선했다.

“예부터 소나무에 앉아 있는 학을 송학(松鶴)이라고 불렀습니다. 소나무하고 학은 잘 어울립니다. 우리 총무스님이 문학적, 예술적 기질이 남달라요. 학 모양 등 200개를 설치하고 산문을 야간(오후 6∼9시)에도 개방하니 젊은 연인들도 통도사를 무척 많이 찾습니다.”

약 2년 전 통도사 주지로 부임한 영배 스님은 문화를 통해 불교를 알리는 일에 힘써 왔다. 산문에서 들어오는 ‘무풍한송로’ 중간에 스피커 없이 자연음향으로 즐길 수 있는 야외공연장과 명상을 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마련하는 사업도 올해 안에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영배 스님은 “서양에 이어 국내에서도 점차 종교 인구가 감소한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며 “과연 젊은이들을 어떻게 하면 사찰로 오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생각한 것이 문화를 통한 접근”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잠깐의 눈요기와 남에게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하고 정적인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인은 너무 들떠 있습니다. 마음이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기쁨과 행복은 내 안에서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꾸 남을 통해서 나를 쳐다보니까 행복하지 않고, 분노에 가득 차게 되는 겁니다. 나는 이 세상의 주인입니다. 나를 오롯이 찾는 명상과 침묵의 시간을 갖는 것이 행복해지기 위한 출발점입니다.”

고요한 산사에서 자연의 물소리와 바람 소리를 들으며 명상하는 것만으로도 치유 효과가 있을까. 영배 스님은 “사람의 얼굴이나 목소리는 아무리 아름다워도 몇 번 보면 지겨워진다”며 “그러나 자연의 풍경과 물소리는 거센 폭포든, 잔잔한 시냇물이든 전혀 시끄럽지 않은 이유는 감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람의 얼굴이나 목소리엔 감정이 담겨 있어요. 감정은 부딪치게 돼 있습니다. 불교 용어로 사람의 몸은 색신(色身)이라고 합니다. 눈, 귀, 코, 혀, 몸 뚱아리, 생각 등이 모두 감정의 지배를 받아요. 그런데 감정 없이 바라만 볼 수 있는 것이 자연입니다. 자연 속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분노를 가라앉히고, 내 안의 행복을 발견해 가는 것이 바로 현대인에게 필요한 불교의 수행법이지요.”

영배 스님은 올해 국가적 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대선 기간 중에 든 부처님오신날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후보들이 부처님의 가장 큰 가르침인 ‘사람이 곧 부처다’라는 ‘인불(人佛) 사상’을 마음에 새길 것을 당부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딱 하나, 모든 사람은 나와 같은 불성(佛性·부처가 될 수 있는 성품)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처란 무엇입니까. 일체 중생의 고통을 전부 다 자기가 짊어지고, 자기의 즐거움은 중생에게 나눠주겠다고 한 사람입니다. 대통령은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의 고통을 짊어지고 해소해 주려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대통령이 될 사람은 더욱 겸손하고, 자신을 낮추는 하심(下心)해야 합니다.”

양산=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