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폴 카버 영국 출신 서울시 글로벌센터팀장
이후 350여 년이 지났고 이제 한국을 방문하는 누적 외국인 수는 매년 수천만 명이 넘을 것이다. 사실 2016년 기준으로 공식적인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이 200만 명이 넘고, 관광객도 1600만 명을 넘어섰다. 요새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외국인을 만나는 것은 별일도 아니다. 그런데 가끔은 그중에 숨은 내빈이 있을 수 있다.
최근 그런 내빈들이 입국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그들은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서 온 50여 명의 할아버지들이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들이 처음 한국에 온 것은 아니다. 6·25전쟁 참전 용사이기 때문이다.
이 참전 용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과 과거의 서울 인상이 어떤지 물어봤다. 그들은 과거의 한국에 대해서는 비슷하게 말했다. “병역 치르러 왔을 때가 고작 열여덟 살이었고, 한국에 대해서 아는 게 전혀 없었다.” “겨울에 부산에 도착했을 때는 날씨가 온화했는데, 북쪽에 위치한 전쟁터에 도착하니 너무나 추웠다. 또 중국군이 연기를 볼까 봐 불을 피우지도 못했다.” “겨울은 힘들었지만 여름은 상당히 좋았다. 다만 쥐가 너무 많았고, 총소리보다 쥐의 ‘찍찍’ 소리가 너무 무서웠다.”
지금의 서울에 대해서 물어보니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공항에 내렸는데 말을 못할 정도로 놀랐다.” “그때 한국인들은 다 한복을 입었고 너무나 가난해 보였지만 이번에 보니 우리랑 별 차이를 못 느끼겠다.” “전쟁 중에 전우들이 전사하는 것을 보면서 젊은 인생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고, 우리가 도대체 왜 여기 있는가 싶었는데 지금 다시 와보니까 그때 참전했던 것이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됐다.” “한국을 다시 방문하면 과거의 안 좋은 일이 떠오를까 봐 걱정했는데 그런 걱정은 하나도 들지 않고 지금의 서울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주한 영국대사관 육군 무관인 휴 로이드 존스 준장도 한마디 곁들였다. “영국은 6·25전쟁 때 10만여 명의 군인을 한국에 보냈고, 이 중 1106명은 아직도 귀국하지 못했다. 지금도 영국이 주한 유엔군사령부에 미국 다음으로 많은 군을 투입하고 있다. 내 아버지도 6·25전쟁에 참전해 어렸을 때부터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정작 내가 한국에서 근무할 줄은 전혀 몰랐다. 한국 국가보훈처의 지속적인 지원 덕분에 영국 참전용사들이 이렇게 뜻깊은 순례를 할 수 있어 너무 고맙다. 모두 고령이기는 하지만 대형을 이루고 행진하며 경례하는 모습을 보니 마치 젊은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영국 한국전 참전용사협회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어쩔 수 없이 회원 수가 줄고 있다. 그래도 60여 년 전처럼 한국 사회를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 유럽법인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매년 한국에서 대학원에 다닐 영국 학생 한 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나도 2000년에 선발돼 연세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또 예림디자인고등학교와 경기세무고등학교의 우수 학생도 지원하고 있다.
폴 카버 영국 출신 서울시 글로벌센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