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일부 의원이 유승민 대선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기 위해 이르면 24일 의원총회를 열 뜻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유 후보는 어제 “(의총 개회) 얘기를 못 들었고, 참석할 의사도 없다”며 자신은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선출된 후보이므로 사퇴는 ‘민주주의 훼손’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한국갤럽이 어제 공개한 4월 셋째 주 여론조사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4%)에게도 못 미치는 3% 지지율이 나오자 김무성계 의원을 중심으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또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의 단일화 주장이 분출하고 있다.
유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따뜻한 보수’라는 자신의 정체성과 공화주의에 기반을 둔 개혁적 보수의 가치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4선 의원이자 경제 전문가로서 모든 연설문을 자신이 직접 쓸 정도로 정책 이해도가 뛰어나 TV토론에서 실력을 발휘했다. 그럼에도 이른바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이것이 냉엄한 정치 현실이니 어쩌겠는가.
유 후보의 위기는 후보 개인 경쟁력뿐 아니라 바른정당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바른정당은 탄핵에 찬성한 비박(비박근혜) 의원 중심으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의 영입을 기대하고 급조됐다. 더욱이 정치 지형에서도 정당사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중도 영역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선점함으로써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낮은 지지율의 책임을 모두 유 후보에게 떠넘기는 것은 공당의 도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