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여성 시의원이 쓴 ‘전선 뉴스’
동네 서점을 찾기 힘든 우리나라와 달리 프랑스에는 아직 곳곳에 동네 서점이 많다. 서점 주인은 단지 책만 파는 사람이 아니다. 서점 주인이 책 밑에 자신이 읽고 난 감상을 적어 놓는 경우가 많다. 동네 사람들은 자유롭게 서점에 들러 책을 읽고 서점 주인과 함께 책에 대한 토론을 하기도 한다.
생말로의 한 서점 주인 루아 조스 씨는 밖에서 유리로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쇼윈도에 극우 성향의 정당인 국민전선(FN)에 대한 비판 책들만 전시해 진열 중이다. 이 서점이 화제가 되면서 FN 지지자들의 모욕과 비판, 협박이 쏟아지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몇 주째 이 코너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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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프랑스 언론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는 대선을 한 달 앞두고 FN의 마린 르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게 되면서다. 르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프랑스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기대와 공포가 교차하는 가운데 이 책은 그 공포를 자극하고 있다.
2014년 지역 선거에서 FN은 에냉보몽 지역에서 무려 50.26%를 득표해 1차 선거에서 승리를 확정지었다. 프랑스는 과반수가 되지 않으면 상위 두 명의 후보가 결선투표를 거치는데 보통 2차 결선투표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FN이 압승하면서 1995년부터 이 지역 시의원을 지냈던 FN 부의장 스티브 브리우아가 시장으로 활동 중이다.
저자 마린 통들리에는 야당 시의원으로 활동하면서 FN이 장악한 지역이 어떻게 변모하는지를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통들리에는 마치 ‘최고의 사윗감’처럼 부드럽고 온화한 연설을 하는 브리우아가 실제로는 얼마나 악랄한지를 이 책에 담고 있다. 그는 브리우아를 ‘지킬 박사와 하이드’로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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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에냉보몽이 FN의 실험실이라고 전했다. FN은 외국인 특히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강한 극우 성향의 정당이다. 시청과 시의회에는 외국 국적의 직원이 있었는데 월요일 출근 첫날 새로 온 시의 한 고위 간부는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너희 아직도 거기 있나”라고 외쳤다. 그 말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이후 외국인 출신은 하나둘씩 시청을 떠났다고 전했다.
루아 조스 씨는 반FN 책을 전시하는 이유로 페이스북에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이라고 전하며 “파시즘을 치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약은 독서”라고 써서 올렸다. 21세기에 다시 파시즘이 출현할 수 있다는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읽어볼 만하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