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게 일자리를/청년이라 죄송합니다] ‘지금 스펙으로 1980∼1990년대 취업 나섰다면 어땠을까’ 묻자…
‘지금 스펙으로 1980∼1990년대 취업시장에 나선다면?’에 대한 경북대 청년들의 생각이 적힌 앵그리보드. 검사, 대기업은 물론이고 ‘아무 데나 골라 들어감’ 등 자신감 넘치는 문구가 눈에 띈다.
4월 초 동아일보 취재팀이 전국을 돌던 중 경북대 교정에 세운 청년앵그리보드(angry board)에 한 학생이 적은 말이다. 청년 실업률이 9.8%로 외환위기 이래 최고로 치솟은 데다 ‘노력이 부족하다’ ‘취업 안 되면 창업해라’는 어른들 말에 청년들 가슴에는 생채기가 난 상황. 이에 청년들에게 ‘어른들이 취업시장에 나섰던 1980, 90년대에 지금의 스펙을 갖고 취업시장으로 나섰다면 어땠을까’라고 물었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청년들은 조금 뒤 줄지어 보드 앞에 서서 그동안 감춰 온 자신감을 선보였다. ‘검사’ ‘판사’ ‘공무원’ 등 공직부터 ‘공사’ ‘대기업’ 같은 일명 ‘바늘구멍’들을 줄줄이 열거했다. 단어는 어구가 되고 어구는 문장이 됐다. 한 학생은 “아무 데나 골라 들어감”이라고 적었다. 자신의 스펙인 ‘토익 965점’을 열거하며 “‘원어민(native speaker)’으로 대우받았을 것”이라고 적은 학생도 있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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