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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현존하는 세계 최장신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터키 출신의 술탄 쾨센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우리 나이로 36세인 그의 키는 무려 251cm에 이릅니다. 반면 18세 이상 성인 중 한때 세계에서 가장 작은 사람으로 기록된 네팔인 카겐드라 타파마가르의 키는 60cm 정도였다고 합니다. 두 사람의 키 차이는 무려 190cm가량 됩니다.
사람마다 이렇게 키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요. 얼마 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결혼식 가족사진이 있었습니다. 여느 결혼식과 다름없었지만 특이한 것은 양가 가족의 키 차이였습니다. 신랑 쪽 가족은 신부 쪽에 비해 머리 하나가 차이 날 만큼 모두 키가 컸습니다. 마치 초등학교 1학년생과 6학년생이 함께 찍은 단체사진 같았죠. 의학적으로 보면 키는 70∼80% 유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입니다. 따라서 부모의 키를 통해 아이의 키를 예측하는 것도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우리 몸에서 키와 가장 연관성이 있는 곳이 성장판이기 때문입니다. 성장판은 X선으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사진을 보면 뼈의 양끝에 검은 줄 모양으로 보입니다. 뼈와 같이 딱딱한 것은 밝게, 연골과 같이 말랑말랑한 것은 어둡게 보이는 X선 특성을 감안하면 성장판은 말랑말랑한 구조입니다.
키가 클 때 모든 뼈는 일정한 비율로 자랄까요? 신기하게도 모든 뼈는 부위별로 자라는 정도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다리가 10cm 자랐다면 무릎 쪽의 뼈가 6.5cm, 다리 쪽 뼈가 2cm, 허벅지 쪽 뼈가 1.5cm 자라게 됩니다. 멀쩡히 뛰놀던 아이가 갑작스럽게 무릎이 아프다며 성장통을 호소하는 것도, 성장통이 무릎에 자주 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얼마 전 5세 여자아이가 침대에서 장난을 치다 떨어져 병원을 찾았습니다. X선 촬영을 한 결과 손목 쪽 뼈가 골절되었고 성장판도 손상되어 수술이 필요했습니다. 부모는 성장판이 손상되어 혹시나 장애가 오지 않을까 하고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잘 생활하고 있지만 1년 동안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통계를 보면 소아골절환자 중 15∼30%에서 성장판 골절이 있었고 이 중 10% 미만에서 성장장애가 발생했습니다.
정형외과 의사라는 직업 특성상 주변에서 키 크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그럴 때면 잘 자고, 먹고, 움직이라는 의미에서 수면, 영양, 운동을 강조합니다. 뼈의 성장을 돕고, 지방을 분해시키며, 단백질을 합성하는 성장호르몬은 말 그대로 성장을 촉진시키는 호르몬입니다. 성장호르몬은 잠을 잘 때 분비가 가장 왕성합니다. 아이들에게 9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라고 하는 이유도 성장호르몬이 오후 10시∼오전 2시에 많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면을 첫 번째로 이야기합니다.
두 번째는 영양입니다. 어르신들 말씀 중에 ‘살이 쪄야 키로 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병적 비만을 제외한 비만에서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겠지만 오랜 기간 비만이 지속되면 운동 부족으로 진행되고 결과적으로 성조숙증과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비만은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키 크는 데 중요한 영양소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 D입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비타민 D입니다. 비타민 D는 햇빛으로 흡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방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보다는 야외활동을 하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됩니다.
끝으로 운동입니다. 키 크는 데 가장 좋은 운동으로 스트레칭을 추천합니다. 손쉽게 스트레칭을 할 수 있는 운동이 국민체조입니다. 모든 동작을 아침저녁으로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 밖에 여학생에게는 줄넘기, 남학생에게는 농구가 키 크는 데 효과를 주는 운동으로 꼽힙니다.
신영석 오정본병원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