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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미래·안보’ 내건 안철수, ‘舊햇볕세력’ 어떻게 극복할 건가

입력 | 2017-04-19 00:00:00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어제 대구 유세에서 “저를 지지하는 국민을 적폐라고 공격했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이제 와서 통합을 얘기한다”며 “선거 이기고 다시 계파 패권으로 돌아가는 것은 통합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국민을 통합하는 미래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을 최고의 안보국가로 만들겠다”고도 했다. ‘미래’와 ‘안보’를 내세워 젊은층과 보수층에 동시에 호소하는 모습이다.

정보기술(IT) 전문가이자 사업가 출신인 안 후보에게 ‘미래’는 트레이드마크였다. 여기에 요즘 들어 부쩍 ‘안보’를 내세워 문재인 후보와 차별화하고 있다. 문 후보의 대항마로 강력한 양강(兩强)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조사기관에 따라 안 후보의 지지도는 문 후보에 비해 들쭉날쭉한 양상을 보인다. 그만큼 안 후보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견고하지 못하다는 의미다. 특히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층에선 문 후보를 앞서고는 있지만 아직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보수층의 의구심은 무엇보다 안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인사들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대표를 비롯한 호남 중심의 국민의당 인사들은 햇볕정책의 신봉자들이다. 원외엔 옛 동교동계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당장 ‘안찍박(안철수를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 된다)’이 회자되는 이유다. 박 대표는 그제 전주 유세에서도 “문재인은 대북송금 특검을 해서 우리 김대중 대통령님을 완전히 골로 보냈다”고 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직전에 이뤄진 대북송금은 햇볕정책의 허구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건인데도, 이 사건에 대한 특검으로 고초를 겪었다며 호남 정서를 자극한 것이다.

안 후보가 걷는 ‘중도의 길’은 쉽지 않다. 좌우 양쪽에서 공격을 받게 돼 있다. 이런 협공이 거셀수록 분명한 자신의 길을 밝혀야 한다. 당장 ‘좌파냐, 우파냐’ 묻는 질문에 “나는 상식파”라며 넘어가는 줏대 없는 중도는 살아남기 어렵다. 불과 석 달 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씁쓸한 대선판 퇴장을 지켜보지 않았는가.

안 후보가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안보는 우파, 경제는 좌파’라고 밝혔듯 안보에 관한 한 보다 분명한 정책적 소신을 밝혀야 한다. 안 후보는 어제 북한 정권이 자신의 굳건한 한미동맹, 튼튼한 자강안보를 두려워한다며 김정은을 향해 “핵을 버려라∼. 도발을 멈춰라∼”고 외쳤다. 그게 단순한 외침이 아님을 구체적인 리더십으로 보여줘야 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당론조차 바꾸지 못하는 후보가 미덥게 느껴지지 않는다. 안 후보는 당을 보다 분명하게 자신의 노선에 따른 ‘안철수당’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