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자료원서 연기인생 60년 특별전
영화 인생 60년을 맞은 배우 안성기가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8일까지 열리는 특별전에서는 한국영화사와 함께 한 그의 주요작 27편이 상영된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1998년)에서 배우 안성기(65)가 연기한 인공의 대사다. 반세기가 훌쩍 넘는 시간을 영화인으로 살아온 그를 꾸미는 말로도 손색없다.
“자꾸만 획을 긋는 게 싫어서 그냥 넘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많이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나이를 50대 중반으로 알고 계시는 분이 많은데 행사 때문에 나이가 밝혀져 잃는 것도 많은 듯하네요.(웃음)”
단막극에 한 번 출연한 걸 제외하면 그의 60년 배우 인생은 영화로만 꾸며진다. 5세 때 ‘황혼열차’(1957년)로 데뷔한 그가 영화를 업(業)으로 삼기로 마음먹게 된 작품은 1980년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이었다. 한국 영화의 새로운 장(場)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이 영화에서 그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없는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살아가는 그 시대 민중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인물 덕배를 연기했다.
“평생 연기하겠다고 생각한 후 처음 선택한 작품입니다. 1980년대는 녹록지 않은 시대였습니다. 검열도 많았고 영화에 대한 사람들 인식도 안 좋았습니다. 영화 하는 사람들이 존중받고 동경의 대상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품 선택에도 신중했습니다.”
130여 편의 필모그래피 중 ‘인생작품’은 몇 편일까? 그는 ‘바람불어 좋은 날’ ‘만다라’ ‘고래사냥’ ‘하얀전쟁’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실미도’ ‘라디오 스타’, 8편을 골랐다. 그는 “보통 하나만 꼽아달라고 하시는데…. 그건 고문에 속한다”며 “특히 이준익 감독과 했던 ‘라디오 스타’는 작은 영화지만 캐릭터가 저와 많이 닮아 애정이 간다”고 했다.
스크린 밖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묵직하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친선대사,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그리고 2010년부터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2000년 스크린쿼터수호천사단 단장을 맡은 것에 대해 “앞장서 외치는 게 개인적으로 잘 안 맞는데 사명감으로 했다”며 “단장 역을 ‘연기’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