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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웨이, 문재인-안철수 면담 결국 불발

입력 | 2017-04-11 03:00:00

4월초부터 文측에 회동 요청
文측, 사드 등 안보 논의 부담감… 安측도 “일정 여의치않아” 거절
文 “모든 것 걸고 전쟁 막을것”




10일 북핵 협의차 한국을 방문한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겨냥하는 본무대는 ‘대선 캠프’다. 11일 바른정당 유승민, 12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를 차례로 만나기로 했다. 그러나 수차례 직접 회동을 시도했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의 만남은 불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우 대표는 이달 초부터 끈질기게 문 후보 측에 직접 만나고 싶다는 요청을 넣었다. 그러나 “급이 맞지 않고 (의견을 주고받는 게) 다소 위험하다”는 캠프 내 의견을 받아들여 문 후보가 만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예민한 안보 이슈를 중국 측과 논의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에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우 대표는 그 대신 11일 오후 문 후보 측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송영길 의원과 만난다. 송 의원은 “미중 정상회담 내용을 리뷰해서 듣고 북한 6차 핵실험 위협 가능성, 사드 보복, 미세먼지에 대한 공동 대책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후보가 외국 외교관과 직접 만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을 찾은 조지프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문 후보와의 만남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문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저의 모든 것을 걸고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막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행위는 결단코 한국 동의 없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집권하게 되면 빠른 시일 내 미국을 방문해서 안보 위기를 돌파하고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고조되는 안보 불안을 불식시켜 ‘안정감 있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우 대표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만남도 타진했지만 안 후보 측이 “일정이 여의치 않다”고 해 성사되지 않았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 면담 계획이 잡힌 우 대표는 북핵과 사드 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우 대표는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도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4박 5일 일정의 상당 부분을 정계 인사 접촉에 할애한 것이다.

미중 고위 실무자급 외교관들의 행보에 외교 전문가들과 정부 당국자들은 “6자회담 대표 회동이나 미중 정상회담 리뷰는 한국에 오기 위한 명분일 뿐이고 실제론 유력 대선 주자들을 접촉해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게 아니겠느냐”고 분석하고 있다. 우 대표나 윤 대표 모두 현 정부보다 미래 권력에 노골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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