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에르메스
패션 명가는 이제 시계 명가로도 진화 중이다. 디자인만 아름다울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매년 기술 혁신을 통해 자체 무브먼트, 각종 기능을 담은 컴플리케이션 워치로 정통 럭셔리 스위스 시계를 위협한다. 패션 하우스에 뿌리를 둔 디자인과 기술력으로 컬렉터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샤넬은 올해로 워치메이킹 30년을 맞았다. 1987년 10월 샤넬의 첫 시계는 ‘프리미에르’였다. 샤넬 No.5 향수 병마개와 프랑스 파리 방돔광장의 모양을 본떠 디자인한 것이다. 2000년 ‘J12’가 등장하면서 샤넬은 본격적인 워치메이커로 이름을 내기 시작했다. 블랙&화이트를 기본으로 세라믹을 고급 시계의 소재로 활용해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샤넬은 마침내 자체 제작한 인하우스 무브먼트 칼리버1을 내놓았고, 최초의 남성시계 ‘무슈 드 샤넬’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올해 2017 바젤 월드에서는 두 번째 인하우스 칼리버 무브먼트를 적용해 ‘프리미에르’ 시계를 재해석한 모델을 내놓았다. ‘프리미에르 까멜리아 스켈레톤 워치-칼리버2’이다. ‘샤넬은 결코 기술적 장벽을 이유로 디자인적 미학을 희생시키는 법이 없다’는 철학에 기반한 제품이다. 무브먼트 전체가 스켈레톤 구조를 띠고 있는 샤넬 ‘칼리버 2’는 카멜리아 꽃을 3차원 입체로 형상화했다. 서로 겹쳐지며 중심으로 모이는 브리지의 형태는 한 장 한 장 둥글게 이어지는 카멜리아 꽃잎의 형태에서 그 영감을 얻었다.
‘프리미에르 까멜리아 스켈레톤’은 두 가지 버전으로 나온다. 하나는 젬스톤이 세팅된 것, 다른 하나는 세팅되지 않은 제품이다. 젬스톤 세팅 버전에는 그레이 골드 스켈레톤 플레이트 위에 246개의 풀 컷 다이아몬드가 세팅돼 있다. 젬스톤이 세팅되지 않은 에디션은 강렬한 블랙 컬러의 스켈레톤 무브먼트가 심플하면서 파워풀해 보인다.
에르메스는 브랜드 고유의 장인정신과 기술력으로 시계 명가로 진화 중이다. 올해 바젤에서 기술력과 에르메스 특유의 철학을 담은 컴플리케이션 기계식 시계가 화제를 모았다. 대표적인 제품은 ‘슬림 데르메스 레흐 앙파시앙뜨’. 2015 바젤 월드에 처음 데뷔한 슬림 데르메스 라인에 알람 기능을 적용해 기술력을 높였다.
이 제품은 알람을 해석하는 에르메스 특유의 시선을 느낄 수 있게 제작됐다. 중요한 약속을 기다리는 동안 6시 방향에 위치한 서브 다이얼이 기다림의 시간을 카운트다운 형태로 보여준다. 알람 시간 1시간 전부터 카운트다운은 시작되고, 마침내 지정한 시간이 되면 종이 울린다. 카운트다운 끝에 종을 울리고야 마는 매커니즘을 에르메스는 ‘레흐 앙파시앙뜨(참을성 없는 시간)’이라고 이름 붙였다. 2.2mm 모듈에 에르메스의 자체 무브먼트 H1912, 타종 메커니즘의 진동과 공명을 전달하는 1mm 두께의 다이얼이 장착돼 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