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가 진도 동거차도 인근 해상에서 7시간여의 항해를 마치고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접안해 있다. 사진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이제 정말 다 왔어요. 우리 이제 아이들 찾으러 갈 거에요….”
31일 오후 1시경 세월호가 만 1080일의 기나긴 항해를 마치고 목포신항에 다다르자 해경단속정 무궁화 29호를 타고 뒤따르던 미수습자 가족들의 얼굴에도 3년 만에 희미한 웃음이 돌아왔다.
세월호를 선적한 반잠수선 화이트말린호는 이날 오전 7시 닻을 올리고 동거차도 인근 해역을 출발했다. 미수습자 9명이 집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항해를 배웅하듯 하늘도 새벽부터 비를 뿌렸다.
낮 12시25분 “다 와 간다”는 어업지도선 선장에 말에 조은화 양(단원고)의 어머니 이금희 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조타실 창문 너머로 목포신항이 보이기 시작하자 “어머 이제 좋은 일만 있으려나 봐요. 아까는 비가오더니 이제는 날이 맑네요”라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내 “저희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힘들었어요”라며 허다윤 양(단원고)의 어머니 박은미 씨와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세호 군의 아버지 제삼열 씨와 양승진 교사의 부인 유백형 씨는 갑판 난간에 서서 세월호와 목포신항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진도 팽목항에서 목포신항까지 자동차로는 약 1시간 반, 이날 배로도 약 6시간 걸리는 짧은 거리다. 하지만 미수습자 가족들은 지옥과도 같은 3년을 견뎌야 했다. 이 씨는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차라리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 차라리 이런 거 안 봤으면 좋겠다. 차라리 내가 기억을 잃었으면 좋겠다”며 힘들었던 지난날을 떠올렸다.
하지만 딸을 만나겠다는 희망으로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이 씨는 “바다에서도 건져 올렸는데 저기 배에서 못 올리겠느냐”며 “우리는 안 된다던 인양도 했다. 다 이겨 낼 것”이라고 눈물을 훔쳐냈다.
이어 “세월호 참사가 얘기하는 건 결국 사람의 생명,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이라며 “이 아이들을 살릴 수는 없지만 아이들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세월호가 이 사회를 바꾸는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목포=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