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산 삭감한 트럼프정부에 항의… 4월 美 전역서 영화 ‘1984’ 재개봉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문화계 반발의 상징으로 조지 오웰 원작 ‘1984’가 뜨고 있다. 왼쪽 사진부터 영화 ‘1984’ 포스터, 2014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연극 ‘1984’의 한 장면, 펭귄출판사에서 출간된 소설 ‘1984’의 표지.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펭귄출판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반란’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독립영화협회 등 영화·예술 관련 단체들은 최근 정부가 국민을 감시·통제하는 디스토피아(어두운 미래 사회)를 그린 영화 ‘1984’의 재개봉을 후원하고 나섰다.
28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따르면 ‘1984’는 다음 달 4일부터 미국 43개 주, 165개 도시에서 상영된다. 또 캐나다, 영국, 스웨덴 등 전통적으로 문화예술 육성과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나라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다. 다음 달 4일을 재개봉일로 삼은 건 소설 ‘1984’의 주인공인 윈스턴 스미스가 감시자인 ‘빅브러더’에 맞서 일기 쓰기를 시작한 날이 4월 4일이기 때문이다.
미국 문화예술계의 ‘1984’ 상영 후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금을 줄이고, 국방과 안보 관련 예산을 크게 늘린 것을 비판하기 위해서다. 언론의 취재와 견제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고, 거짓말을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이라고 표현해 반박하는 등 미국 자유언론의 가치를 부정하는 트럼프에 대한 비판도 담고 있다.
세계 공연계의 중심인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도 ‘1984’가 부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해 온 연출가 소니아 프리드먼과 스콧 루딘이 올해 6월부터 ‘1984’를 각색한 연극을 선보일 계획이다.
소설 ‘1984’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트럼프 당선 이후 꾸준히 높아져 왔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에 따르면 1월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고문이 ‘대안적 사실’을 강조하며 미 주류 언론과 갈등을 빚었을 때부터 판매량이 증가했다. 이 책을 낸 펭귄출판사는 이달 초까지 ‘1984’를 약 50만 부 새로 찍었는데, 이는 지난해 이 소설 전체 판매량의 2배가량이다. 펭귄출판사 관계자는 올해 1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주(1월 넷째 주)에만 7만5000부를 찍는데, 이는 이례적으로 많은 양”이라고 말했다. ‘1984’는 2013년 미국 정부가 숨겨 온 각종 비화를 폭로한 ‘스노든 사태’ 때도 판매가 크게 늘었었다.
전통적으로 자유롭고, 진보적 가치를 지향해 온 문화예술계의 특성을 감안할 때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트럼프 체제에 대한 반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권위주의와 표현의 자유는 늘 충돌한다”며 “미국 밖에서도 권위주의 정권에는 문화예술계의 조직적 대응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독재가 심한 러시아에서도 최근 문화예술계의 반푸틴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이세형 turtle@donga.com·김예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