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랭과 딸기, 딸기 셔벗.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 ‘오 키친’ 셰프
존 레넌은 어린 시절 부모와 떨어져 리버풀 친척집에서 자랐다. 집 근처 딸기밭이라 부른 놀이터에서 구세군 어린이집에 의탁된 아이들과 함께 놀며 자랐다. 이 시절을 노래한 것이다.
내가 어릴 적 초여름을 상징하는 대표적 과일은 노지에서 자란 딸기였다. 좀 작고 시큼한 맛이 강했으며 한두 달 잠깐 먹는 과일이었다. 설탕을 찍어 먹거나 미군부대를 통해 구해 온 우윳빛의 달콤한 유당을 딸기 위에 뿌려 주었는데, 딸기를 먹고 난 후에도 손가락으로 접시에 남은 유당까지 다 먹을 정도였다.
난 항상 여자들이 딸기를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향, 맛, 부드러움 때문일까, 아니면 딸기 셰이크가 만들어 내는 핑크색 때문일까. 이유는 잘 모르지만 딸기는 항상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고급 레스토랑을 잘 운영하기 위해선 먼저 여성들을 유혹할 수 있어야 한다. 남자들은 보통 여자를 따라오기 때문에 여자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만들어진 메뉴가 대부분이다. 특히 전체 부분에 있어서는 맛도 중요하지만 아름다운 플레이팅으로 시작해 감동을 충분히 줘야 한다. 이와 달리 남자들은 맛있는 고기 덩어리나 티본스테이크 정도면 만족한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밸런타인데이와 크리스마스는 1년 중 가장 바쁜 날이다. 메뉴의 주제는 핑크색과 빨간색으로 표현되는 ‘사랑’이다. 전채를 시작하기도 전 식전 음료로 으깬 딸기에 샴페인을 붓고 민트를 얹어 사랑스러운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스페셜 메뉴를 구성한다.
하지만, 스페셜 디너의 하이라이트는 디저트 부분이다. 대부분의 여자는 배가 부르다고 얘기하다가도 디저트가 나오면 식욕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그래서 “밥 먹는 배와 디저트 먹는 배는 따로 있다”고 말한다.
가장 유명한 딸기 디저트는 루바브를 딸기와 같이 넣어 만든 파이이다. 두 재료의 새콤하고 달콤한 맛이 버터 반죽과 섞어 낸 크럼블, 아이스크림과 곁들여지면 혀에서 흐르는 맛이 환상적이다.
3월인 요즘에 나오는 딸기는 가격도 저렴하고 맛있다. 요즘은 연중 딸기가 나오는데 가장 많이 팔리는 때는 크리스마스 무렵이다. 이때를 맞추기 위해 미리 수확해서 냉장고에 저장해 두고 숙성시킨다. 색은 비슷하지만 향과 맛이 떨어지고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서쪽 72번가에 ‘딸기밭’이라고 이름 붙은 거리가 있다. 레넌이 죽는 날까지 거주했던 다코타 빌딩의 맞은편 거리에 ‘Imagine’이라는 타일을 붙여 추모하고 있다. 전쟁과 충돌이 없는 세상을 위하여….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 ‘오 키친’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