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영향… 작년 2만7561달러… 원화 약세, 달러 환산액 감소도 한몫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16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7561달러(약 3198만4000원)로 2015년(2만7171달러)보다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6년 처음 2만 달러를 돌파한 1인당 GNI는 선진국 진입 기준으로 꼽히는 ‘3만 달러’ 고지를 10년째 넘지 못했다. 최고점을 찍은 2014년부터는 3년 연속 2만700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이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선 뒤 3만 달러대로 진입하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8.2년이다. 일본 독일 호주 등은 5년 만에 3만 달러 문턱을 넘었다. 이와 달리 한국은 오랜 기간 2만 달러대에 발이 묶여 있어 ‘중진국의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지갑 닫고 투자 꺼려… 저축률 17년만에 최고… 국민소득 3만달러의 벽 ▼
한은은 이날 지난해 경제성장률 잠정치를 2.8%로 발표했다. 1월 발표한 속보치(2.7%)보다 0.1%포인트 올랐다. 2012년부터 최근 5년간 2014년(3.3%)을 빼고 매년 2%대 성장을 이어간 것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는 “성장을 이끄는 주력 산업이 사라진 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투자처도 찾지 못하면서 한국 경제가 선진국 진입 직전에서 헤매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원화 가치 하락세도 국민소득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평균 1160.5원으로 전년보다 2.6% 올라 달러화로 환산한 국민소득이 크게 줄었다.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돈을 쓰지 않고 쌓아두는 가계와 기업이 늘고 있어 저성장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날 발표된 지난해 총저축률은 35.8%로 1999년(35.9%)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았다. 가계의 순저축률도 2년째 8%대를 이어갔다.
가계는 고령화에 따른 노후 불안으로 지갑을 닫고, 기업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새 정부가 새로운 성장모델을 찾지 못하면 앞으로 5년도 중진국 함정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