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끝내고 휴식 들어간 매스스타트 세계 1위
23일 한국체대에서 스케이트를 잠시 벗어놓고 포즈를 취한 김보름. 꿀 같은 휴식기간을 보내고 있지만 마음은 늘 올림픽을 향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좋은 일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잖아요. 홀가분하게 쉬면서 마음을 비우고 평창 겨울올림픽을 목표로 다시 원점에서 새로운 ‘김보름’을 만들고 싶어요.”
2주 정도의 휴식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평창 금메달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새로운 김보름으로 태어나기 위해 변화를 시도한다. 항상 ‘보물 1호’라고 자부하던 현재 스케이트 구두를 큰맘 먹고 바꾸기로 했다. 2년간 신어 교체할 때도 됐고 발에 더 잘 맞는 구두를 찾기 위해 국내 업체에 제작을 의뢰했다. 훈련 때 착용해보고 잘 맞으면 올림픽 때까지 신을 계획이다. 또 다음 시즌 월드컵 대회에서는 새로운 레이스 운영 전략으로 나설 계획이다. 김보름은 “월드컵에서 성적이 나지 않아도 시행착오를 겪어보고 가장 좋은 전략을 세워 올림픽에 나설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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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름이 보름달 모양 인형을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발생 가능한 수많은 변수에 순간순간 대처하는 경기 운영 능력을 키워야 한다. 강한 체력은 필수다. 올해 여름에도 쇼트트랙 경기장에서 살다시피 할 예정이다. 곡선주로 스피드와 추월능력을 키우는 데 쇼트트랙만 한 훈련이 없다. 스피드가 빠른 남자 선수들을 선두에서 끌어보고 때로는 바짝 뒤따라가면서 체력 안배 감각까지 끌어올릴 생각이다. 김보름은 “경기를 하다 보면 다리에 부하가 많이 걸린다. 지쳐서 솔직히 몇 바퀴가 남았는지도 잘 모른다. 수시로 내 앞으로 치고 나가는 상대들을 따라잡는 것 자체가 ‘사점(死點)’을 넘어서는 일”이라며 “다리가 끊어질 것 같은 통증이 와도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만간 노트에 때가 묻을 날도 많아질 것이다. 훈련 때의 컨디션이 새롭게 기록되고, 좋았던 몸 상태를 유지했던 과거의 메모와 합쳐진다. 김보름은 “대회 직전에는 노트를 뒤적여 컨디션이 좋았을 때 내가 어떤 운동을 하고 관리를 했는지 등을 돌아본다.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면서도 노트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력으로 정월대보름(1월 15일)에 태어나 ‘보름’이란 이름을 얻은 김보름은 “스피드스케이팅 인생 최고의 정점인 꿈의 무대에서 보름달 같은 금메달을 선물받고 싶다”고 했다. 금메달을 위해 스케이트를 타며 가장 무서운 순간도 이겨낼 수 있다고 마음을 단단히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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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