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자동차 10년타기 운동’ 벌이는 임기상 대표
2000년식 베르나를 타고 다니는 임기상 ‘자동차 10년 타기 시민연합’ 대표. 그는 “자동차는 100만 km까지 탈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으니 차를 너무 빨리 교체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공기가 탁한 날이 늘어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노후 경유차 운행을 제한하는 정책도 강조한다. 하지만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사무실에서 만난 임기상 ‘자동차 10년 타기 시민연합’ 대표(59)는 ‘노후 경유차 책임론’에 단호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임 대표는 “노후 자동차가 내뿜는 미세먼지나 오염물질의 양보다 새 차를 만들 때 배출되는 양이 훨씬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유럽에서는 새 차 한 대를 만들 때 배출되는 공기 오염물질의 양이 차를 약 6년 반 동안 운행할 때 나오는 양보다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임 대표는 “노후차 환경 대책이 성과를 보려면 폐차 지원금을 주고 새 차를 사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검사 때 시행하는 배기가스 측정 방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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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요즘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은 보통 100만 km까지 탈 수 있도록 튼튼하게 제작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정비만 잘 받는다면 오래 타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실제 그가 지금 타고 있는 차량도 2000년에 만들어진 소형 ‘베르나’ 차량이다. 옛 차주가 폐차하려던 차량을 냉큼 인수한 뒤 3년째 타고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새 차를 사 본 적이 없다는 임 대표는 자동차 검사 결과지까지 내보이며 “연식이 17년이나 됐지만 문제도 불편도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임 대표가 자동차 10년 타기 운동을 한 지 20년이 되는 해다. 1998년 서울 문래동에서 자동차 정비업소를 운영하던 임 대표는 정비소 고객들이 차를 고치는 비용을 아까워하면서 새 차 구입을 고려하는 모습을 보고 운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당시 전체 차량 중 10년이 넘은 차량 비율은 3%밖에 안 되더군요. 제 수명을 반도 못 쓰고 버려지는 차들이 아까워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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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전국 자동차 정비업체에 노후 차를 저렴한 가격에 정비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는 임 대표는 “환경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안전하게 준법 운전을 하겠다는 운전자의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에서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는 ‘시동 꺼 반칙운전’ 캠페인을 응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환경도 사람이 지키고 새로운 자동차 문화도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