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中반환후 첫 여성수장에 선거인단 대부분 친중파로 구성 민주화세력 “허니문은 없다” 반발
26일 실시된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에서 2014년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을 강경 진압한 친중(親中)파 캐리 람 전 정무사장(司長·총리 격·60·여)이 압승을 거뒀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여성이 행정수반(행정장관)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친중파가 다수 포진한 선거인단의 ‘체육관 선거’로 선출돼 홍콩 민주화 진영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홍콩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람 당선인은 이날 전체 선거인단 1194표 중 777표를 얻어 당선됐다. 경쟁자였던 존 창 전 재정사장(재정장관 격·65)은 범민주계 326표를 포함해 365표를 얻는 데 그쳤다.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선 창 전 재정사장이 람 당선인을 30%포인트 이상 앞선 것으로 조사됐으나 간선제로 치러진 실제 선거에선 람 당선인이 대승을 거뒀다. 일반 유권자들의 선택과는 동떨어진 결과가 나타난 셈이다.
선거인단 1194명(정원은 1200명, 6명은 결원)은 지난해 12월 상공업계, 전문직, 노동·사회·종교계, 정계 등 4개 분야에서 선출했다. 범민주계 선거인단을 뺀 대부분은 중국 당국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서 선출됐다. 특히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회 상무위원장은 지난달 5일 홍콩과 인접한 광둥(廣東) 성 선전(深(수,천))을 방문한 자리에서 “람 후보가 중국이 지지하는 유일한 후보”라고 발언하는 등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6일 “홍콩 행정장관은 ‘서구의 민주적 가치와 중국 공산당의 지지’라는 상반된 두 가지를 혼합해야 하는 어려운 자리”라며 “람 당선인의 임기 중 홍콩에 주어진 자치기간 50년의 절반을 맞게 돼 민주화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람 당선인은 홍콩대 재학 시절인 1978년 좌익 성향의 중학생을 옹호하는 시위에 참가했고, 노동 인권 활동 서클에도 가입했다. 각료 재직 당시 무분별한 개발에 반대해 시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2012년 정무사장에 임명된 뒤 2014년 우산혁명에 참가한 시민 1000여 명을 체포하는 등 강경 대응해 중국 당국의 신임을 얻었다. ‘철의 여인’ ‘홍콩판 마거릿 대처’라는 별명도 얻었지만 시민들의 지지는 더 낮아졌다고 SCMP는 전했다.
람 당선인의 임기는 홍콩 반환 20주년인 7월 1일 시작된다.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반환 기념일을 전후해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을 사열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