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미국 첫 우승 이끈 스트로먼… 결승전 6회까지 노히트 쾌투 MVP 모친 모국 푸에르토리코 격파 앞장… 2013년엔 “푸에르토리코 대표 희망”
야구 종주국 미국의 첫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 주역이 된 아들은 미국 대표팀 합류를 결정할 당시 어머니를 향한 미안한 마음을 트위터에 글로 올렸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어머니를 둔 마커스 스트로먼(26·토론토)은 지난해 12월 “매우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자신을 이해해주길 부탁했다.
마커스 스트로먼(왼쪽)과 어머니 애들린 오펀트. 사진 출처 마커스 스트로먼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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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스트로먼의 선택은 어머니의 나라가 정상에 오르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됐다. 2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17 WBC 푸에르토리코와의 결승전에서 스트로먼은 6이닝 1피안타 1볼넷을 기록하며 팀의 8-0 승리를 이끌었다. 7회말에야 앙헬 파간에게 이날 첫 안타를 내줄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치며 결승전의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 전까지 7경기에서 총 55점을 뽑은 푸에르토리코 타선을 잠재웠다. 앞서 푸에르토리코와의 2라운드 맞대결에서 4와 3분의 2이닝 동안 4실점 하며 패전투수가 됐던 아쉬움을 되갚았다.
미국의 짐 레일런드 감독은 7회 스트로먼이 첫 안타를 내주자 바로 그를 마운드에서 내리며 배려했다. 총 투구 수 73개로 라운드별 제한 기준(챔피언십 라운드 95개)에 아직 여유가 있는데도 일찌감치 교체를 선택한 건 스트로먼이 관중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게 하는 동시에 다가올 시즌을 위해 무리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스트로먼은 경기 뒤 ‘챔피언’이란 단어를 자신의 트위터에 남겼다.
2014년 토론토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스트로먼은 빅리그 통산 24승 16패, 평균자책점 3.91의 성적을 거뒀다. 최고구속 95마일(시속 153km)의 강한 직구에 싱커가 주무기다. 야구 선수치고는 키(173cm)가 작은 축에 속하는 스트로먼은 ‘키로는 심장의 크기를 잴 수 없다(Height Doesn‘t Measure Heart)’는 뜻의 HDMH란 의류 브랜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3개 대회에서 4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던 미국은 네 번째 대회 만에 첫 WBC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 2라운드에서 각각 2승 1패를 기록하며 조 2위로 챔피언십 라운드에 진출한 미국은 전승을 이어가던 일본, 푸에르토리코를 꺾고 야구 강국으로서의 자존심을 만회했다. 미국 선수들은 자국을 상징하는 독수리 모형을 마운드에 올리며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금메달을 따기 위해 선수단 대부분이 머리를 황금빛으로 염색해 화제를 모았던 푸에르토리코는 준결승전까지 7전 전승을 달렸으나 마지막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2개 대회 연속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