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안가는 일반고 학생 ‘취업 뽀개기’
올해 서울 강서구 명덕여고를 졸업한 지하영 씨(19·여)는 대학에 가지 않았다. 그 대신 서울 종로구의 한 한식레스토랑에서 수습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대학 진학률이 69.8%(2015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한국에서 지 씨가 대학 진학을 과감히 포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요리사의 꿈을 일찍 준비하기 위해서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일반고 재학생 중 대학 진학 대신 졸업 후 바로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직업훈련을 지원한다. 훈련비용은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지 씨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3학년 때 고려직업전문학교 글로벌마스터셰프 과정을 1년간 병행했고, 졸업도 하기 전인 1월 이 레스토랑에 취업했다. 6개월 수습 기간이 끝나면 약 200만 원의 월급과 4대 보험은 물론이고, 각종 복지 혜택이 제공되는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레스토랑은 365일 휴일 없이 운영되지만 직원들끼리 교대로 쉬기 때문에 주 5일 근무가 가능하다. 요즘 청년들의 현실적 꿈이라는 질 좋은 일자리의 정규직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 대학 포기하고 취업한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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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반신반의한 부모도 지금은 그 누구보다 딸이 선택한 길을 응원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레스토랑을 직접 찾아 딸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식사를 함께했다.
물론 어린 나이에 일을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친구들이 전하는 캠퍼스 생활이 부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지 씨는 본인이 선택한 길이 자신의 꿈을 위한 지름길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그는 “요리사 같은 기술자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배우는 것보다 사회에서 배우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며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대학에 집착하지 말고 1년이라도 더 빨리 배우는 게 나은 거 같다”고 말했다. 지 씨는 레스토랑 업무가 익숙해지는 대로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해 요리사의 길을 본격적으로 걸을 생각이다.
○ 급증하는 대학 비진학자
지 씨처럼 일반고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지 않은 청년이 바로 취업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일반고 교육은 대학 진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일반고 비진학 졸업자들은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고, 그나마 얻은 일자리도 질이 낮은 곳이 많으며 임금도 대졸자의 72.4% 수준이다. 반면 특성화고 등 직업계고는 3년 내내 직업훈련 위주의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에 졸업 후 좋은 일자리를 얻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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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고도 직업훈련으로 ‘취업 뽀개기’
이와 함께 산업정보학교 재학생이 취업성공패키지(정부의 청년 취업 지원 서비스)에 참여하면 월 20만 원의 훈련수당도 지급하기로 했다. 일반고 2학년 2학기부터 1단계 상담을 통해 진로를 설정하고, 2단계 직업훈련(산업정보학교 등)과 3단계 취업 알선을 통해 질 좋은 일자리로 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모델이다.
일반고 학생들이 받는 직업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취업률 등 우수한 실적을 보이는 훈련기관은 훈련과정 공모 시 가점을 주고, 3년간 자율권 보장 등의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했다. 특히 훈련기관의 취업률과 고용유지율 등의 성과를 공개해 훈련기관들끼리 경쟁하도록 유도하고, 학생들도 우수한 훈련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일반고 교사에게도 고용서비스 교육을 실시하고, 훈련기관이 학생들을 상대로 직업훈련 방식과 내용, 향후 진로 등을 직접 홍보하고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도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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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