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훈련 가림막 세우고 취재 막아… 한국의 훈련장소 변경요청도 거부
공안과 경비원들은 한국 취재진의 출입을 굳게 막았다. 중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대형 사진으로 장식된 가림막 사이에는 작은 틈새 하나 찾기 어려웠다. 중국 선수들은 그곳에서 공식 훈련을 했다. 개혁·개방 이전에 ‘죽의 장막’으로 통했던 중국이 자국 선수들의 경기력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중국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2무 3패(승점 2)로 A조 6개 팀 가운데 최하위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월드컵 본선에는 진출할 수 없다. 그러기에 23일 열리는 한국과의 안방경기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본선에는 나가지 못해도 한국을 꺾고 ‘공한증’을 털어버리는 것만 해도 큰 성공이라는 인식이 가득하다.
한국은 지난해 9월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최종예선 1차전에서 중국을 3-2로 눌렀다. 하지만 23일 만날 중국은 그때와는 다른 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출신의 명감독 마르첼로 리피 감독(69)을 영입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 5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1회에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 경력까지 갖춘 리피 감독은 2012년 중국 슈퍼리그 팀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맡아 3년 연속 정상에 올려놓은 지도자다. 2013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월드컵, UCL, ACL 정상을 모두 맛본 사령탑은 축구 역사상 리피 감독이 유일하다. 21일 국내 기자들과 만난 공격수 김신욱(전북)은 “리피 감독 부임 이후 중국이 출전한 경기의 영상을 분석했는데 1차전과는 많이 달랐다. 강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경험이 많은 리피 감독이지만 한국 대표팀과 맞붙은 적은 없다. 국내 리그에서도 뛰었고 현재 광저우 소속인 중국 대표팀의 펑샤오팅은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를 통해 “리피 감독 부임 이후 확실히 나아지고 있다. 그는 중국과 아시아 팀들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창사=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