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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주범, 예외 없어야” vs “도주우려 없어, 불구속 원칙”

입력 | 2017-03-22 03:00:00

[박근혜 前대통령 소환조사]김수남 총장 영장청구 24일경 결정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할 방침을 굳혔다.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한 혐의를 받는 사람들은 이미 구속 또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문제는 박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할지 여부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박 전 대통령 소환 전날인 20일부터 대검찰청 간부 등 참모들에게서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한 검찰 안팎의 의견을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는 영장 청구와 불구속 기소로 엇갈리는 반면 외부는 불구속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 검찰 “다양한 의견 취합”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 결과를 토대로 늦어도 24일까지 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이 내부 토론을 거쳐 의견을 김 총장에게 보고하면 김 총장이 대검 참모들과 상의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김 총장은 박 전 대통령 구속 수사가 사회 전체에 미칠 파장과 5월 9일 대선에 끼칠 영향 등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총장이 예단을 하지 않고 열린 자세로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박 전 대통령은 다음 주 초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만약 영장을 청구하지 않게 된다면 특수본은 SK 롯데 등 대기업 수사와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 수사까지 마무리한 뒤 4월 첫째 주에 박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길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4월 중순 전에 국정 농단 사건 수사를 모두 마무리할 방침이다. 수사가 대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검찰의 방침이다.

○ ‘형평성’ vs ‘불구속 수사 원칙’

검찰 내부에서 구속영장 청구를 주장하는 측은 ‘형평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대기업에 뇌물을 요구하거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 등이 구속됐기 때문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지만 형사 처벌의 특혜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국정 농단의 주범’이기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개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구속영장 청구에 반대하는 측은 피의자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불구속 수사 원칙’을 강조한다. 특히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 가장 중요하게 판단하는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박 전 대통령에겐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 대부분이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상세한 진술을 했기 때문에 설혹 증거 인멸 시도가 있더라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 박 전 대통령이 도주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특검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반대하는 측은 박 전 대통령이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을 본 것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검은 ‘잠재적 이익’을 뇌물로 봤다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특검이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을 구속 기소했지만 검찰은 뇌물로 판단하지 않을 수 있다”며 “뇌물 여부는 법원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재판을 통해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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