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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전승민]인공지능이라는 이름에 숨은 허상

입력 | 2017-03-20 03:00:00


1968년에 개봉한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한 장면. 등장인물이 인공지능(AI) 컴퓨터와 대화하고 있다. AI가 인간에게 저항하는 스토리는 오래전부터 영화, 소설 등의 단골 주제지만 인간처럼 생각하는 AI의 출현은 아직 요원하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바야흐로 인공지능(AI) 시대다. 컴퓨터의 등장 이후 이만큼 AI 기술이 관심을 끌었던 시기가 있었는지 싶다. 그만큼 AI을 바라보는 대중의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도 크다.

먼저 보아야 할 부분은 AI가 세상을 암울하게 만든다는 ‘디스토피아(암흑사회)’적 염려다. 인간은 기계의 지배를 받을 거라는 극단적 생각부터 AI가 직업을 빼앗고 큰 빈부격차를 일으킬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에선 AI에 대한 장밋빛 환상도 들린다. 단순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고, 부가가치가 높아진 산업이 ‘기본소득’을 충족해줄 거라는 기대도 있다. 미래 산업의 핵심이니 적극적으로 개발하자는 대응론은 이미 대세가 됐다.

AI가 인간에게 반항한다는 우려는 영화나 소설의 단골 소재로 이미 반세기 전부터 있었다. 1968년 개봉했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컴퓨터 HAL-9000과 인간 사이의 갈등을 다뤘다. 하지만 2017년인 지금도 AI가 인간 같은 자아를 갖길 우려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인간의 두뇌를 컴퓨터 속에 시뮬레이션할 여지는 남아있지만 아직 인간의 의식이 어떻게 생겨나는지는 그 원리가 규명돼 있지 않다.

현실적인 우려는 일자리로 모아진다. 최신 AI는 학습능력이 있다. 특정 분야에선 충분한 학습을 거치면 창의성까지 발휘해 판단을 한다. 최근엔 바둑은 물론이고 심리전이 필요한 포커게임에서도 인간보다 뛰어나다. 심지어 의료 영역에서도 활약한다. IBM이 개발한 AI ‘왓슨’은 수많은 진단기록을 참고해 가장 가능성 높은 치료법을 제안한다.

그러나 이런 왓슨도 전문 의료진이 환자를 살펴보고 검사한 뒤 기록을 입력해 줘야만 답을 낼 수 있다. 아무리 고성능 AI라도 인간의 지시와 도움 없이는 일을 할 수 없는 셈이다. 컨설팅업체 매킨지는 미국 내 2000개 업무 중 45%를 자동화할 수 있으나 완벽하게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건 5%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AI의 일자리 잠식 우려는, 사실 누구나 가진 실업에 대한 불안감이 AI란 새로운 과녁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한편에선 ‘AI만이 희망’이라는 시각도 감지된다. 미래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AI를 만능 해결책으로 보고 여기에 다걸기를 하려는 시도다. 우리 정부도 AI 투자를 전방위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8일 인간의 뇌 기능을 규명해야 AI 기술도 발전이 있을 것으로 보고 뇌과학 연구 지원에 618억 원을, AI 소프트웨어 분야에 239억 원을 투입하는 등 총 1630억 원을 투자키로 했다. 이 외에도 많은 투자 정책이 AI 연관 분야로 몰린다. 지난달 시행된 과학기술전략회의 및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도 2017년 연구계획 중 상당 부분이 AI 연구에 직접적 관계가 있는 빅데이터나 자율주행차, 스마트공장 등에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마저도 부족한지 한편에선 ‘중국이 1000억 위안(약 16조 원)을 쏟아붓고 있는 데 비하면 턱없이 투자가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를 보고 있자면 자칫 균형 잡힌 국가 연구개발에 차질은 없을지 적잖은 우려가 든다.

누구도 AI 기술의 명백한 미래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AI가 인간 대신 많은 일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유용한 기술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과학계 전체를 보지 못하고 그저 AI가 만들 부작용, 또는 그 과실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다가올 AI 사회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물리와 화학, 소재, 생명과학, 정밀제어 등 다양한 기초·원천기술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한 국가의 산업은 그 나라의 종합적인 과학기술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는 진리는 AI 시대라 해도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