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 ‘오 키친’ 셰프
나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기차 여행을 시작한 지 1주일 이상 지났는데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초록색이 폴란드에 들어섰을 때부터 눈에 확 들어왔다.
1972년 2월 나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여행길에 올랐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배를 타고 나홋카로 가서 기차를 여러 번 바꿔 타고 간 마지막 목적지는 영국이다. 나의 영웅 비틀스의 노래와 삶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동안 날씨는 영하 20도로 견디기가 힘들 정도였다.
식사 때면 없는 메뉴가 없을 정도로 방대한 메뉴가 돌려지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불가능한 메뉴가 대부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주문하는 것마다 다 팔렸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비트’를 주재료로 사용하면서 부재료로 감자나 양배추, 돼지고기 조각을 넣은 요리가 주문할 수 있는 유일한 메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비트를 본 적도 없고, 먹어 본 적도 없지만 이를 사용한 ‘보르시 수프’는 핑크색이 예쁘고 신기하고 맛도 좋았다.
새우를 곁들인 아스파라거스 요리.
쑥, 유채, 민들레의 쓴맛이 봄의 상징이라면 시금치, 양배추, 무, 배추와 같은 겨울 채소들은 달콤한 맛이 나는데 영하 5도까지 견딜 수 있도록 스스로 당분을 품어 조절하는 자연의 조화인 것이다.
남자와 여자를 구분해 상을 차린 후 아이들은 자기 엄마 옆에 자리했다. 잔치가 끝날 때쯤 되면 모든 남자가 아오모리(오키나와 소주)에 취해 있었다. 할아버지가 샤미센이란 악기를 연주하면 노래와 춤으로 이어져 늦은 밤까지 계속되었다.
한국의 겨울은 길고 춥다. 요즘 아내는 봄동 겉절이와 무밥에 달래간장을 넣어 비벼 먹는 간단한 밥상을 차려 준다. 달콤한 겨울 무와 봄 향기 가득한 달래는 내가 어디에 살든지 따뜻한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약간은 다른 향으로….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 ‘오 키친’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