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식탁을 찍은 사진. 사진의 주인공은 음식이지만, 사실 사진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은 바로 그릇과 식탁 스타일링이다. 그래서인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그릇스타그램’이라는 해시태그를 보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 됐다.
경험과 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특정 물건을 소유하기보다는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도 매일 먹는 밥상에 오르는 그릇은 단순히 실용적인 목적 이상의 물건이 됐다. 에르메스 같은 럭셔리 브랜드도 리빙 라인을 내놓으며 일상 속에서 럭셔리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즐기고자 하는 이들의 욕구에 대응하고 있다. 직접 해외 구매도 마다하지 않는 그릇 마니아들의 열기에 힘입어 미국과 유럽의 다양한 브랜드가 한국에 진출하고 있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올린 집밥 사진에서 식탁을 차린 이의 개성과 취향까지 유추해낼 수 있게 된 ‘#그릇스타그램’의 시대, 남들과 조금 다르게 식탁을 차리는 법을 알아보자.
‘믹스 앤드 매치’가 대세
가장 쉬운 방법은 밥그릇과 국그릇, 그리고 메인 요리와 반찬용 그릇을 각각 다른 분위기로 연출하는 것이다. 백자로 밥그릇과 국그릇을 맞췄다면, 반찬용 그릇으로는 청자를 배치해 포인트를 주는 식이다. 식탁보나 테이블매트의 경우에는 그릇 안에 들어간 문양 중 한 색깔을 가져와 비슷한 톤으로 매치하는 것이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다.
최근 2, 3년 새 인기를 끌기 시작한 유기는 그래서 더욱 반갑다. 전통 소재이지만 특유의 무게감과 묵직함이 오히려 젊은 세대들에게는 빈티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요가 늘면서 장인이 생산하는 그릇을 납품받아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유기 브랜드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백화점 리빙 매장에는 유기 브랜드가 1, 2곳 이상 꼭 입점해있을 정도다.
최근 1, 2년 새 급부상한 이탈리아 브랜드 ‘VBC까사’는 그릇에 레이스나 줄무늬를 음각으로 섬세하게 새긴 것이 특징이다. 그릇 자체에 장식성이 강한 만큼 화이트 컬러로 통일하고, 식탁보나 플라워 센터피스 등으로 포인트를 주면 특유의 빈티지한 느낌을 살릴 수 있다.
‘나만의 그릇’ 찾아 해외 중고 거래까지
출판편집자 출신으로 잔만 2000여 점, 다구(커피, 차용 주전자나 접시류)는 1000점 이상 소장하고 있다는 그릇수집가 김세진 씨도 원래는 1970년대 미국에서 생산된 빈티지 밀크글래스 잔으로 그릇 수집을 시작했다. 김 씨는 “2000년대 초만 해도 가정에서 사용하는 그릇 브랜드가 매우 한정적이었는데 최근 몇 년 새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릇 수집 ‘초심자’라면 역사가 오래된 브랜드에서 최근에 생산한 패턴부터 수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실제 사용을 위해서 그릇을 수집할 경우, 세트로 구성된 그릇 중 하나가 파손되면 다시 구해 짝을 맞출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외국 브랜드를 구매할 때는 풀 세트로 구입할지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서양의 1인 디너 세트는 잔, 잔받침(소서), 브레드 접시, 샐러드 접시, 디너 접시로 구성되는데 한국 식생활에서는 이 세트를 온전히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 씨는 “좋아하는 브랜드와 문양이 생겼다면, 그 문양의 잔을 먼저 구입해 실제 사용감과 색감은 어떤지, 자주 사용하게 되는지를 본 뒤 종류를 넓혀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