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주말극 ‘흥행보증 수표’ 비결
‘망해도 시청률 20%’라 불리는 KBS 주말연속극들. 전통적 가치를 소중히 하는 가족드라마로 탄탄한 시청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달 방영을 시작한 ‘아버지가 이상해’(첫번째 사진)를 비롯해 ‘넝쿨째 굴러온 당신’(두번째 사진)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마지막 사진). iHQ·KBS 제공
○ 주말 8시, 가족드라마의 전형을 완성하다
오후 8시대에 방송하는 KBS 주말연속극은 1980년 TBC가 KBS에 합병된 뒤 줄곧 자리를 지켜온 전통의 노포(老鋪·대를 이어 내려오는 점포). 하지만 1990년대까진 ‘드라마왕국’ MBC에 다소 밀리는 형국이었다. 물론 역대 드라마 시청률 1위(65.8%)인 ‘첫사랑’(1996년)을 비롯해 ‘야망의 세월’(1990년) ‘목욕탕 집 남자들’(1995년) 등 굵직한 작품도 많았지만, ‘사랑과 야망’(1987년) ‘사랑이 뭐길래’(1991년) ‘아들과 딸’(1992년) 등 MBC 드라마가 워낙 강세를 떨쳤다.
두 방송사의 주말극 경쟁은 2000년대 초반까진 팽팽했다. 그러나 KBS는 ‘부모님전상서’(2004년) ‘소문난 칠공주’(2006년) ‘엄마가 뿔났다’(2008년) 등을 내놓으며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특히 당대 최고의 흥행 카드인 김수현 작가 작품을 연달아 선보인 게 컸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전까진 시대극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던 KBS 주말연속극이 현재의 ‘가족 드라마’ 이미지를 구축한 때도 이즈음”이라고 말했다.
○ 전통적 가치를 지킨 게 성공 비결…현실 반영은 아쉬워
‘가족의 유대나 윗세대 경험의 소중함’이란 가족극의 코드는 주시청자인 중장년층이 바라는 전통적 가치와도 잘 맞아떨어졌다. 심지어 시청률이 안정적인 데다 건강한 주제를 다루다 보니 배우 섭외도 수월하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최근엔 아이돌을 포함한 젊은 연기자들도 KBS 주말극 출연에 매우 적극적이다”라고 귀띔했다.
다만 검증된 공식이긴 하나 지속적인 패턴 반복은 언젠가 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달 종영한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높은 시청률과는 별개로 현실과 동떨어진 전개라는 비난을 받았다. 김 평론가는 “취업난이나 생계 문제와 같은 가족이 지닌 현실적 고민도 적절히 짚어줄 수 있어야 가족극의 생명력 또한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