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감염병 유행 패턴이 30년 이상 차이가 나는 탓에 통일 등으로 인적 교류가 갑자기 활발해지면 장티푸스, 인플루엔자(독감) 등이 크게 확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대 의과대학 통일의학센터는 이처럼 북한의 보건의료 분야 현황을 조사·분석한 교과서 ‘통일의료: 남북한 보건의료 협력과 통합’을 발간했다고 12일 밝혔다.
통일의학센터는 2002~2008년 비정부기구(NGO)와 함께 평양 ‘어깨동무 어린이병원’ 등 북한 병원 4곳에서 진료한 경험과 국제기구의 최신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의 보건의료 정책 △의료인 인력양성체계 △보건의료서비스 전달방식 △북한 주민이 주로 앓는 질병 △통일 후 보건의료 전망을 분석한 내용을 교과서에 담았다.
교과서에 따르면 탈북한 지 10년이 되지 않은 성인 1200명 중 병을 앓고 있는 비율은 64.1%로 같은 연령 남한 주민의 3.4배였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경제 사정이 나빠진 후에도 무상의료정책을 고집한 탓에 보건의료 인프라가 사실상 무너졌기 때문이다. 집필진은 “북한 내 인구 1000명당 의사 비율은 3.3명으로 한국(2.26명)보다 높지만 제약업 붕괴로 병원도 약을 처방할 수 없게 되자 해외에서 직접 약을 조달하는 권력층 이외 절대 다수는 사실상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신희영 통일의학센터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은 “거꾸로 말하면 남북한의 서로 다른 감염병 유행 패턴은 서로의 의료기술을 향상 시킬 수 있는 기회”라며 “국제사회로부터 70년간 고립된 질병 분야의 ‘보물섬’인 북한 주민의 발병 패턴 등을 남북한이 공동으로 연구·개발하면 통일에 대비한 보건의료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