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KS 기준 2월달에야 확정… 780개교 대부분 공사 시작 못해 새 학기 돼서도 주차장서 수업
운동장에 우레탄을 깐 서울 양천구의 A중학교. 이 학교에서는 우레탄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며 지난해 6월부터 운동장을 사용하지 못했다. 이후 이 학교 학생들은 주차장에서 체육 수업을 했다. 하지만 콘크리트가 깔려 있는 주차장에서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축구는 할 수 없었고 가능한 종목은 맨손체조가 고작이었다. 새 학년이 시작됐지만 아직 우레탄 교체 공사는 시작하지 못했다. 이 학교 교장은 “좋아하는 체육을 할 수 없어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꽤 있지만 규정 때문에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유해물질이 검출된 우레탄 운동장·트랙의 교체 공사가 늦어지면서 새 학기에도 상당수 학교가 운동장을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이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 우레탄 운동장·트랙에서 유해물질 우려가 제기됐지만 한국산업규격(KS) 기준 제정이 늦어져 새 학기가 되도록 우레탄 트랙을 교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0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3∼6월 실시된 교육부의 전수조사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돼 교체 대상이 된 1745개교 중 다시 우레탄 설치를 희망하는 780여 개교 대부분은 여전히 교체 공사를 하지 못했다.
유해물질이 검출된 1767개교 중 학교 이전 등으로 교체가 필요 없는 22개교를 제외한 1745개교 중 절반가량은 다시 우레탄(기준치 충족) 설치를 희망하고 있다. 나머지 학교는 화학물질 우려가 적은 마사토나 천연잔디, 인조잔디 등으로 바꾸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교육청의 대응투자 금액을 포함해 우레탄 트랙 철거 및 교체를 위한 예산은 모두 확보된 상태”라며 “단 한 곳의 학교라도 먼저 정상화시킬 수 있도록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