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개봉했던 영화 ‘제이슨 본’에는 마술 같은 해킹 장면이 나온다. 미국 버지니아 주에 있는 중앙정보국(CIA)에서 사이버전문가가 독일 베를린의 한 사무실에 놓인 휴대전화에 접속해 바로 옆에서 본이 검색하던 노트북의 기밀자료를 지워버린 것이다.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6000km 넘게 떨어진 거리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위치를 알려주는 악성코드가 심어진 휴대용저장장치(USB)를 꽂고 컴퓨터를 켠 것이 ‘나, 여기 있소!’라고 자진 신고한 격이었다.
▷CIA가 스마트폰에 침투해 원격 조종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했다는 문서를 7일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했다. CIA는 안드로이드건, iOS건 운영체제를 가리지 않고 남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도청하고 영상도 찍는다는 것이다. 스마트TV에 ‘가짜 꺼짐’ 코드를 심어 TV가 꺼진 것처럼 해놓고 도청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 연결된 벽걸이 스마트TV가 ‘빅 브러더(Big Brother)’의 귀가 되는 세상이 왔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