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예술대상 받은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
유니버설발레단의 문훈숙 단장은 “한국인 무용수들이 파리오페라, 마린스키 발레단 등 해외 유명 발레단에서 활약하면서 한국 발레 수준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며 “이 덕분에 외국인 무용수들이 한국 발레를 알고 한국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올해 창단 33주년을 맞은 유니버설발레단(UBC) 문훈숙 단장(54)의 말이다. 8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는 지난해 ‘로미오와 줄리엣’에 출연했던 발레리나 알레산드라 페리의 공연이 화제에 올랐다. 문 단장과 페리는 같은 나이다.
“페리가 춤을 추는 것을 보면서 ‘나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습실에 가서 몸을 다시 만들어보고 싶었죠. 하지만 누군가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단장직)을 대신 해주면 가능하겠죠. 현실은 현실이니 빨리 꿈을 깨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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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한국을 대표하는 발레리나였던 그에게서는 복잡한 속마음이 전해졌다. 하지만 곧 그는 의욕적인 단장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UBC는 제2의 도약을 이루기 위해 내년까지 적극적으로 외국인 무용수들을 영입할 계획이다. 세계무대로 활동 범위를 넓히면서 병역 문제 등으로 남성 무용수가 부족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단원 69명 중 외국인 단원이 이미 33명(여성 14명, 남성 19명)에 이른다. 미국, 중국, 영국, 카자흐스탄, 러시아, 일본,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5개국에서 온 무용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마린스키 솔리스트인 크라시우크 예카테리나, 중국 랴오닝발레단 수석무용수인 마밍이 눈에 띈다.
“초창기에는 단원이 없어 외국 단원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은 미래를 위한 선택이죠.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도 독일 국적의 단원보다 외국인 단원이 많아요. 미국의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도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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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C 창단 멤버로 1995년부터 단장을 맡고 있는 문 단장은 최근 창작 발레인 ‘심청’으로 제3회 예술의전당 예술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30주년을 맞은 ‘심청’에서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심청이란 작품은 제게는 오랜 친구 같은 존재예요. 다른 작품들이 가게에서 구매한 ‘기성복’ 같다면 심청은 꼭 맞은 ‘맞춤복’이죠.”
그는 지금도 가장 아쉬운 점으로 케네스 맥밀런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오네긴’ 무대에 서보지 못한 것을 꼽았다. “정말 이 두 작품을 해보고 은퇴하고 싶었어요. 대신 저는 못 했지만 후배들이 이 작품을 하는 것을 보고 싶어 두 작품을 들여왔어요. 후배들을 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랜답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