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의 추방/한병철 지음·이재영 옮김/133쪽·1만2000원·문학과지성사
이번엔 ‘타자’에 대한 고찰이다. 저자는 새 저서에서 이 시대에 타자가 없어졌다고 선언한다. ‘내가 이해할 수 없고 나를 불편하게 하는 낯선 존재’인 타자가 사라지고 비슷한 것들, 자신에게 익숙한 것들만 상대하면서 살아가게 됐다고 분석한다. 과거엔 타자와의 갈등이 삶에 대한 신선한 긴장을 갖도록 하고 획일적이지 않은 생각을 하도록 이끌었지만, 현대의 개인은 타자를 소거하면서 ‘남과 다를까 봐 불안해하는’ 모습이 됐다는 것이다.
타자가 없는 이 시대에 저자가 특히 주목하는 현상은 테러와 셀카다. 저자가 보기에 세계를 위협하는 극단적인 테러리즘은 모든 것을 같은 것으로 만드는 경향에 대한 극단적 반발이다. 저자는 민족주의와 신우익이라는, 얼핏 보기에 테러리즘과 대척점에 서 있는 현상들도 뿌리는 같다고 본다. 세계적인 것의 지배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것이다. 셀카 역시, 비슷해지고자 하면서 내면의 공허함에 직면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시도라고 저자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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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