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사람이 앞길 계획해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 연설문에 없던 성경 인용 지지기반인 기독교 행사서 언급… 총리실 “신자로서 말한것” 선그어 탄핵 인용땐 대선관리 짐 떠안아… 정우택 “그 전에 출마 결정하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49회 조찬기도회에서 성경의 ‘잠언 16장 9절’을 인용했다. 당초 원고에 없던 내용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권한대행이 성경을 통해 자신의 속내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선 출마라는 소명이 주어지면 피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읽힐 수 있어서다.
특히 보수적 기독교계는 황 권한대행의 대표적 지지 기반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기독교 행사에서 ‘신(神)의 인도’를 강조한 건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더욱 크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최근 국론이 분열되고 갈등이 확산되면서 서로를 적대시하는 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 서로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국민적 대통합을 이뤄나가야 한다”며 ‘국민 대통합’을 주문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시 황 권한대행은 명실상부한 대통령 역할을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출마의 명분을 찾기가 더 힘들어지는 만큼 차라리 헌법재판소가 결정하기 전에 승부수를 띄우라는 주문이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나누던 정 원내대표와 이현재 정책위의장이 메모지에 ‘황↔홍’이라고 적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황 권한대행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한국당 경선에서 맞붙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황’이라는 메모 밑에는 한자로 ‘生存(생존)’이라고 적기도 했다.
황 권한대행은 리얼미터가 매일경제·MBN의 의뢰로 지난달 27, 28일 실시한 대선 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전주 대비 3.7%포인트 오른 14.6%를 얻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35.2%)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황 권한대행은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해 야당의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박 대통령 지지 세력을 포함한 보수층이 다시 황 권한대행을 주목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무총리실은 황 권한대행 출마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종교행사에서 기독교 신자로서 얘기한 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며 “황 권한대행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혼란을 부추길 우려가 있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국정현안 장관회의에서 “경제 활성화와 사드 배치, 역사 교과서,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AI) 종식 등 결코 미룰 수 없는 여러 현안이 우리 눈앞에 있다”며 “긴장감을 가지고 국정현안을 챙겨 달라”고 주문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우경임 기자